[김낙훈의 기업인 탐구] 獨·日이 장악한 제품 국산화…누적 매출 100억 도전

입력 2019-04-25 20:16  

수질분석기 만든 이엠씨


[ 김낙훈 기자 ] 경험 없이 의욕만으로 창업에 도전하는 것은 위험하다. 경험이 많은 장년은 도전정신이 약하다. 이들의 장점을 결합하면 어떨까. 중장년과 청년이 힘을 합쳐 만든 제품들이 속속 선을 보이고 있다. ‘열연소 방식의 총유기탄소(TOC) 수질분석기’ ‘디자인 캔시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광고 동영상 제작용 온라인 서비스’ ‘맘마레시피’ 등이 그 예다. 기술과 경력, 네트워크를 보유한 중장년과 청년의 아이디어를 결합한 세대융합 창업 기업들이 뛰고 있다. 상호보완적인 능력을 지닌 이들은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의 지원을 마중물 삼아 신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국내외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獨·日이 장악한 제품 국산화…누적 매출 100억 도전

수질분석기 만든 이엠씨

하수와 폐수에 섞인 유기물질을 종합 측정하는 ‘열연소 방식의 총유기탄소(TOC) 수질분석기’가 한 창업 기업에 의해 국산화를 이루게 됐다. 이는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이나 ‘화학적 산소요구량(COD)’과 달리 폭넓게 유기물질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경기 광명 KTX역 부근에 있는 이엠씨(대표 염은성)는 수질측정기 공급 및 관리업체로 2017년 11월 설립됐다. 이 회사는 일본, 독일 등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는 총유기탄소 수질분석기의 시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국립환경과학원의 형식승인 획득을 추진 중이다.

이 회사의 수질분석기는 산화제, UV(자외선)램프 등을 사용하는 대신 대기 중의 산소를 압축해 하·폐수 시료를 연소시킬 때 생기는 이산화탄소양을 기준으로 총유기탄소를 측정하는 게 특징이다.

염은성 대표는 “그동안 하·폐수처리시설의 유기물 측정에는 BOD에 이어 COD라는 방식이 적용되고 있는데 정부는 2023년부터 하루 700t 이상 하·폐수를 처리하는 곳은 TOC 기준으로 이의 측정을 일원화하는 동시에 측정장비설치도 의무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TOC 분석기의 국내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하루 700t 이상 하·폐수를 처리하는 곳은 전국에 1000곳이 넘는다”고 덧붙였다.

이엠씨는 오는 10월까지 제품의 형식승인을 획득하고 연말까지 양산 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하수처리장을 중심으로 국내 공급에 나서는 한편 수출도 추진할 예정이다.

염 대표는 한국환경공단을 거쳐 민간기업의 환경에너지연구센터장을 지내는 등 이 분야에서 18년의 경력을 갖고 있다. 육군3사관학교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한 뒤 공병장교로 6년을 근무했고 이후 동국대 환경공학과(석사), 금오공대 환경공학과(박사 수료)를 다녔다. 수질환경기사인 최민규 부장은 연구개발과 유지보수에 관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어 서로 의기투합해 창업에 나섰다. 이 회사의 지분은 염 대표가 60%, 최 부장이 20%를 보유하고 있다.

염 대표는 “신개발품은 압축공기를 이용하기 때문에 기존 UV 방식에 필요한 가스설비가 필요 없고 시약 사용에 따른 폐액 발생이 없는 게 장점”이라며 “2023년까지 누적 매출 100억원에 도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하는 디자인 캔, 소량으로 생산…일본·싱가포르 이어 美·유럽 공략

디자인 캔시머 개발 이퀄스

이퀄스(대표 조민우·사진 뒷줄 맨 오른쪽)는 2017년 초 설립됐다. 이 회사는 가정 및 업소에서 손쉽게 식품, 음료를 캔에 담아 포장할 수 있는 소형 캔시머(can seamer)를 개발해 국내에 400여 대를 판매한 데 이어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식품 및 음료의 캔 제품은 최소 수천만원을 투자하고 대형장비를 갖춰야 생산할 수 있다. 이퀄스는 가로 20㎝, 세로 30㎝, 높이 40㎝의 작은 사이즈에 300만원대의 저렴한 캔시머를 개발해 수제 맥주, 커피 전문점 등을 중심으로 공급하고 있다. 캔 제품 생산과 관련된 핵심기술을 자체 개발한 이 회사는 10만 개 단위로 거래되는 캔을 200개 단위로 공급함으로써 다품종 소량 생산을 추구하는 식음료업계를 중심으로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조민우 대표는 “원래 개인적으로 쓰려고 캔시머를 개발했는데 지인들이 이를 팔라고 요청해서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2017년 초 제품 개발을 계기로 1인 창업을 시작했으나 지금은 종업원을 9명으로 늘렸다”며 “올해 매출 목표는 20억원”이라고 말했다. 캔 포장기 공급과 아울러 식품, 음료 포장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하고 열수축 필름을 이용해 홍보문구를 부착할 수 있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퀄스는 일본, 싱가포르에 디자인 캔시머를 내보냈다. 미국, 유럽시장 수출도 추진할 계획이다.


누구나 쉽게 동영상 만드는 서비스…소상공인·중소기업 대상 적극 공략

영상제작 솔루션 비디오몬스터

이젠 동영상 시대다. 전동혁 비디오몬스터 대표(사진 왼쪽)는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쉽게 동영상을 제작할 수 있게 하자’는 구호를 내걸고 창업했다. 그는 저렴한 가격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홍보 동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온라인 서비스를 다음달부터 제공할 예정이다.

비디오몬스터 웹페이지에 있는 디자인 템플릿 중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선택한 뒤 사진 이미지, 영상, 텍스트를 입력하면 2~3분 후 완성된 영상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다. SNS 홍보 마케팅이 필요하지만 비용이 부담되는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이 대상이다. 지난달 이후 베타 테스트를 해왔다. 다음달 5일부터 공식 서비스에 들어갈 계획이다.

붕어빵을 만들 때 틀이 있으면 밀가루 반죽만으로 간단히 붕어빵을 제조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비디오몬스터는 일종의 틀인 ‘모션 그래픽 디자인 템플릿’을 제공해 손쉽게 고품질 영상을 제작할 수 있도록 했다. 이 회사는 비디오 디자이너들이 개발한 영상을 일반 이용자에게 판매하는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도 선보일 예정이다.

전동혁 대표는 15년간 광고 제작업계에서 활동하며 TV CF(광고) 350여 편을 연출한 경력이 있다. 전 대표는 “올해 말에는 베트남 진출을 시작으로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4개국에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육아에 바쁜 엄마·아빠 위한 먹거리…'생존간식 박스' 하나로 레시피 해결

레시피 공유 잇더컴퍼니

식품 분야의 스타트업인 잇더컴퍼니(대표 김봉근·사진 오른쪽)는 육아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엄마, 아빠를 위한 먹거리와 레시피 콘텐츠를 맘마레시피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이 회사는 작년 11월 임산부와 육아 부모를 위한 첫 번째 생존간식 박스를 출시한 데 이어 출산 후 수유 중인 육아맘에게 최적화된 두 번째 생존간식 박스를 지난달 내놨다. 첫 번째 생존간식 박스는 제주감귤로 만든 귤과자, 고구마말랭이, 육포, 맛밤 등으로 구성됐다.

두 번째 생존간식 박스는 호박죽, 버섯스낵, 제주 흑보리 과자, 미숫가루 등으로 꾸몄다. 김봉근 대표는 “두 번째 제품은 수유 중인 육아맘에게 필요한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중심으로 영양과 맛을 담은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마케팅과 상품 개발 및 요리 전문가인 김 대표와 콘텐츠 전문가인 이유경 이사가 힘을 합쳐 회사를 이끌고 있다.

김 대표는 “육아와 관련한 먹거리 서비스는 현재 대부분 아이를 위한 것에 집중돼 있지만 맘마레시피는 육아에 지친 엄마, 아빠의 건강과 스트레스 해소를 돕는 레시피 콘텐츠를 기반으로 전문가들의 자문을 거쳐 개발했다”며 “앞으로 도시락 등으로 제품을 확대해 육아 부모를 위한 먹거리 해결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 진출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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