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빠루와 망치 등장한 '동물국회'…난장판 국회 "분노" vs "참담" 네탓 공방

입력 2019-04-26 10:09   수정 2019-04-26 11:15

국회, 사개특위와 정개특위
회의실 앞에서 격렬한 몸싸움
고성·욕설·몸싸움…새벽까지 난장판 된 국회
문희상, 난장판 국회 의안과에 경호권 발동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이 25일 선거제 개정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으로 지정하려던 계획이 무산됐다.

이들 4당은 이날 밤늦게까지 해당 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한 표결을 시도했으나,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계가 국회 곳곳에서 육탄 저지에 나서면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한국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은 회의실 앞을 틀어막고 여야 4당의 특위 위원들의 진입 자체를 원천 봉쇄했다.

이 과정에서 양측은 설전을 벌이며 날카롭게 대립했다.

민주당은 '불법 폭력·회의 방해' 프레임으로 한국당을 비판했고, 한국당 쪽은 '헌법 수호', '독재 타도' 등의 구호로 맞섰다.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회의장 앞에서는 진입을 시도하는 민주당 의원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한국당 의원들 사이에 몇 차례 밀고 당기기가 펼쳐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빠루와 망치가 등장했으며 부상자도 속출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오전 9시30분께 국회 의사과에 팩스를 보내 같은 당 오신환 의원의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위원 사·보임(교체) 요청안을 접수했다. 오 의원과 같은 바른정당계 유승민, 유의동, 이혜훈, 지상욱 의원 등이 8시30분께부터 의사과 앞을 몸으로 막아서자 인편 대신 팩스로 요청안을 제출한 것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오전 11시께 권영진 국회 의사국장이 들고 온 교체 요청서에 서명했다.

한국당은 이날 오전부터 패스트트랙 지정 표결을 위해 사개특위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회의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국회 회의장 세 곳을 점거하며 총력 저지에 나섰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의사과 업무가 마비되자 국회 출범 이후 6번째로 경호권을 발동했다. 의장이 경호권을 발동한 것은 1986년 이후 33년 만에 처음이었다.

경호권 발동 이후 국회 경위 및 방호원들이 출동했으나 한국당의 방어막을 허무는 데는 실패했다.



사개특위와 정개특위는 오후 9시 넘어 각각 전체 회의를 열어 선거제 개정안과 공수처 설치법 등의 패스트트랙 지정 표결을 벌이려 했으나, 한국당 의원들에게 막혀 회의장 진입조차 하지 못한 채 법안 처리에 실패했다.



결국 밤새 극한 대치 속 부상자들이 속출하자 민주당 지도부는 한국당과의 대치를 일시 중단하고 해산을 결정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오늘 아주 격렬한 몸싸움 도중 기진맥진해 병원에 실려 간 사람도 있고, 상당히 놀라운 부상을 입은 일도 있는 것 같다"며 "원내대표와 협의해 더이상 불상사가 있어서는 안 되겠다 싶어 철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26일 "의원들과 당직자들, 사무처, 보좌진들 다들 너무 수고가 많았다"면서 "밤새 격렬한 대치 상황에서 다치신 분들도 있고 또 병원에 가신 분도 있다고 들었는데 상태가 어떤지 걱정된다"고 전했다.

이어 "며칠째 밤을 새워가며 온몸으로 자유민주주의와 헌법가치를 지켜내고, 불법에 맞서 싸워주고 계신 우리 의원들, 사무처 당직자, 보좌진 분들 너무나 감사하고 든든하다"면서 "오늘 새벽, 우리는 공사장에나 있어야 할 망치 등을 들고 국회 문을 때려부수려는 정당, 민주당의 모습을 목도했다. 과연 민주당이 민주 정당이 맞는지 분노를 참기 힘들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목불인견 수준의 반민주적 폭정을 반드시 막아내겠다. 무너지고 있는 헌법가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저항을 끝까지 해나갈 것"이라면서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많은 국민 여러분께서, 한국당이 헌법을 수호하고 국회를 민의의 전당으로 지켜내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부디 힘을 모아주시고 성원을 보내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당부했다.

정진석 한국당 의원은 자신의 SNS에 "빠루와 망치로 국회 사무실 문을 부수는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면서 "진정 깡패나 조폭아니면 무엇인가"라고 했다.



홍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은 사상 초유의 폭력사태에 대해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 끝까지 법적 책임을 묻겠다"며 "지금 수집한 증거를 토대로 가능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오전 중에 고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당의 난동으로 민의의 전당이 무법천지가 됐다"며 "7년 전 국회선진화법은 국회 내 물리적 충돌을 막기 위해 만들었다. 어기면 가중처벌하게 돼 있다"고 경고했다.

홍 원내대표는 "한국당은 국회선진화법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야만적 폭력으로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다"며 "합법적 절차에 따라 법안을 제출하려는 여야 4당을 힘으로 가로막고 국회 곳곳에서 불법과 폭력을 서슴없이 자행했다. 이성을 잃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표창원 민주당 의원은 "사개특위 의견 무산되고 새벽 4시 30분 정회 후 의원실로 왔다"면서 "도대체 왜 이래야 하느지 지난 2016년 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앞두고 철야 농성할 때도 물리적 충돌이나 폭력은 없었다. 원시시대로 돌아간 느낌이라 참담하다"고 소회를 전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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