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현 문화부 기자) 올 1월 종영한 드라마 ‘남자친구’에서 남녀 주인공 박보검과 송혜교의 운명적인 만남은 쿠바에서 이뤄졌습니다. 오래된 건물들이 내뿜는 이색적인 분위기와 해변을 물들인 환상적인 노을로 눈길을 사로 잡았죠. 여행 예능 프로그램 ‘트레블러’에서는 배우 류준열과 이제훈이 큰 배낭을 메고 쿠바의 골목골목을 누볐습니다. 쿠바의 시간은 느리게 흐르고 어떤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여유롭습니다.
쿠바를 담은 TV 프로그램의 인기에 출판계도 쿠바의 매력으로 빠져 들고 있습니다. 쿠바에 대한 관심은 단순히 여행뿐 아니라 경제와 사회, 문화로 다양하게 반영돼 나타나고 있습니다. 배진희 예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쓴 <거꾸로 가는 쿠바는 행복하다>(시대의창)는 여행지로서의 쿠바가 아니라 가난하지만 행복한 ‘사람이 사는 곳’으로의 쿠바를 조명합니다. 저자는 1년 간 쿠바에서 살았습니다. 불편하지만 여유가 있고 문화적 다양성을 표출하는 비결을 비롯해 쿠바의 역사와 정치, 사회제도 등을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생생하게 풀어냅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가 안 되지만 남녀 평등 순위가 높고 국내총생산(GDP)의 12.84%를 교육에 투자하는 쿠바의 또다른 면을 볼 수 있습니다.
지난달 출간된 <카미노 데 쿠바>(이매진)에서 손호철 서강대 명예교수는 60년 전 체 게바라와 피델 카스트로가 간 길을 따라 산티아고데쿠바에서 시에라마에스트라를 거쳐 아바나에 이릅니다. 쿠바 혁명 루트을 따라 가는 열흘 간의 기록을 통해 쿠바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살펴봅니다. <남자, 친구>(라이프맵)는 일반적인 여행서와 조금 다른 두 남자의 여행기입니다. 가슴 속에 로망으로만 품고 있던 쿠바를 훌쩍 떠나는 그들은 JYP 픽쳐스 대표이사인 표종록 변호사와 ‘7급 공무원’ ‘추노’ 등을 쓴 천성일 작가입니다. 서신 교환을 하듯 두 사람이 번갈아 써 내려가는 형식의 글로도 읽는 재미를 더합니다.
쿠바 골목골목을 자전거로 여행하며 쿠바의 진짜 모습을 사진으로 담은 <코카콜라 쿠바>(스노우폭스)도 있습니다. 체 게바라, 피델 카스트로, 헤밍웨이, 럼, 시가 등 쿠바를 상징하는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쿠바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불편하지만 여유로운 삶과 느리게 흐르지만 멋진 풍광들. 책으로 떠나는 쿠바 여행으로 ‘힐링’해보는 건 어떨까요. (끝) /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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