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한국을 겨냥해 “내년에 방위비 분담금을 훨씬 많이 내야 한다”고 말했다. 위스콘신에서 열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집회에서다. 26~27일 1박2일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과 부부동반 만찬에 이어 골프 회동을 하며 ‘밀월’을 과시한 뒤 위스콘신으로 날아가자마자 한국에 ‘방위비 청구서’를 내민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누구도 난처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며 구체적인 나라 이름은 거명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 나라에 전화해 ‘우리가 매년 45억달러를 손해보는데 이건 미친 짓이며 더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하자 그가 당황하더라”며 “그는 ‘예산이 이미 정해져 5억달러밖에 못내겠다’고 해 동의했다”고 했다. 이어 “내가 그 합의를 싫어하기 때문에 자랑하는건 아니지만 전화 한 통에 5억달러를 내게 했다”며 “나는 ‘이번엔 사정을 이해하지만, 내년엔 우리가 훨씬 많이 요구할 것이며 당신네가 지불해야할 것’이라고 못박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라 이름을 밝히진 않았지만 과거 발언에 비춰보면 타깃은 한국이다. 한국은 미국과 방위비 분담금 협정을 통해 올해 분담금을 1조389억원으로 정했다. 지난해 분담금 9602억원보다 8.2%, 금액 기준으론 787억원 늘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협정문에 가서명한지 이틀 뒤인 지난 2월12일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그들(한국)은 5억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5600억원)를 더 지불하기로 동의했다”며 “전화 몇 통에 5억달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가 ‘왜 진작에 올리지 않았느냐’고 말했더니 그들은 ‘아무도 요구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며 “그것(방위비 분담금)은 올라가야 한다. 위로 올라가야 한다”고 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분담금 인상분을 ‘5억 달러’라고 말한 것이 수치상 착오인지, 자신의 성과 과시용인지를 두고 논란이 제기됐다. 이번에도 그 숫자를 그대로 거론한 것이다. 한·미의 이번 방위비 분담금 협정은 유효기간이 1년이다. 이에 따라 올해 연말쯤 새로운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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