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외국계 게임社 라이엇게임즈
게임도 문화산업…사회공헌 연결
'한국서원 3D 기록' 사업 의미 커
[ 장현주 기자 ] 1895년 을미의병 당시 경북 안동 지역 의병장으로 활약한 척암 김도화(1825~1912)의 ‘척암선생문집책판’이 유럽에서 고국으로 돌아왔다. 《척암선생문집》은 척암의 제자와 후손들이 그가 남긴 글을 모아 간행했다. 문집을 찍기 위해 만든 책판은 1000장이 넘었지만 그중 20장만이 전해져왔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독일 뒤셀도르프의 한 경매에 오스트리아인 가족이 보유한 책판이 출품됐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 3월 유물을 낙찰받는 데 성공했다.
유럽을 떠돌던 척암선생문집책판을 되찾는 과정에서 경매 자금을 후원하는 등 숨은 주역으로 활약한 게임회사가 있다. 세계 PC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수년간 1위를 지키고 있는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한국에 유통하고 있는 라이엇게임즈코리아가 그 주인공이다.
2012년부터 ‘문화재 지킴이’를 자처하고 나선 라이엇게임즈코리아의 박준규 대표(43·사진)는 “게임도 결국 문화산업”이라며 설명을 시작했다. 그는 “외국계 게임회사가 한국 문화재를 보호한다고 나서니 많은 사람이 이유를 궁금해한다”며 “‘문화’라는 연결고리를 시작으로 꾸준하게 진행할 수 있는 사회환원 활동을 찾다가 ‘문화재 보호 및 지원 사업’을 발견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삼정KPMG, CJ E&M 등을 거쳐 2014년 라이엇게임즈코리아에 합류했다. 전략팀장을 지낸 뒤 게임 유통조직을 이끌고 있다.
이 회사의 ‘문화재 사랑’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 조선 불화 ‘석가삼존도’와 2018년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 귀환에도 라이엇게임즈코리아가 기여했다. 여러 문화재 보호 사업 중 박 대표는 ‘한국의 서원 3차원(3D) 디지털 원형기록화’ 사업을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로 꼽았다. 그는 “2017년 경북 영주 ‘소수서원’ 등 여러 서원을 대상으로 3D 정밀 측량 사업을 했다”며 “최근 화재가 발생한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복원 사업에 3D 자료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문화 유적의 원형을 보존하는 사업을 꾸준히 추진해야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임직원 반응도 긍정적이다. 그는 “기획 초기부터 게임 플레이어들은 물론 임직원들도 자연스럽게 문화유산 보호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며 “임직원을 대상으로 문화유적지 청정 활동이나 문화유적 체험 캠프 등을 하고 있다”고 했다. 게임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해소하는 과정에서도 문화재 보호 사업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박 대표 설명이다.
2012년 문화재청과 문화재 지킴이 협약을 체결한 후 라이엇게임즈코리아가 낸 누적 기부액은 50억원을 넘어섰다. 박 대표는 “무형문화재 등 인적 문화유산에 대한 지원 사업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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