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직장에서 임신 유세, 어디까지 받아줘야 하나요?

입력 2019-04-29 07:43  


인생의 큰 축복인 임신. 체력적인 변화를 동반하기에 임신부는 많은 이들의 축하와 함께 관심과 걱정 또한 받는다. 그러나 이를 역이용해 주변인들을 불편하게 하면 '임신 유세'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임신한 직장 동료의 극심한 티내기에 고통 받고 있는 A씨의 사연이 온라인에서 화제다.

A씨의 회사 팀 막내 사원인 B씨는 며칠 전부터 졸리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기 시작했다. 회사에서 뜬금 없이 졸리다며 피로감을 호소하는 B씨의 행동에 팀 분위기는 일순간 싸늘해졌다. 처음에는 다들 봄이라 노곤노곤한 기운에 그러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지만 "피곤하다", "졸리다" 등의 말은 일주일째 이어졌다.

그러던 중 B씨는 임신테스트기 사진을 팀원들이 있는 카카오톡 단체방에 올렸다. "저 두 줄인가요"라고 하자 다들 축하해줬다.

그 때부터 B씨는 "커피를 못 먹겠다", "튀긴 거나 밀가루로 만든 음식이 안좋다고 하니 먹을 게 없다", "심장이 두 개라 그런지 얼굴에 열이 나고 너무 덥다", "갑자기 추운데 남는 가디건 없냐"라면서 계속 자신의 상태를 얘기했다.

A씨는 이런 B씨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회사에서 기분 좋게 축하를 받았으니 행복한 마음은 집에 가서 만끽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루종일 임신한 티를 내니 근무시간이 점점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이후 B씨는 모든 말에 '임신'을 붙이기 시작했다. "임신했는데 전자렌지 써도 되나"를 시작으로 "임신했는데 노래를 크게 들어도 되나", "임신해서 고구마 같은 건강 간식만 먹는다" 등의 말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아무도 반응하지 않으면 대답을 할 때까지 물어보거나 개인별로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특히 가장 큰 문제는 업무에 지장을 준다는 점이었다. B씨는 싫은 눈치를 주거나 업무에 집중하라고 하면 "임신 초기라서"라는 대답을 내놨다. 점잖은 성격의 팀장은 별다른 지적을 하지 않았고, 이럴 때면 다른 직원들은 불편한 마음에 서로의 얼굴만 쳐다봤다.

A씨는 이런 B씨의 행동이 바로 '임신 유세'라고 했다. 그러나 이를 막을 뾰족한 방법이 없다며 하소연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듣기만 해도 피곤하다", "회사에서는 적당히 해야하지 않을까", "유세가 아니라 그냥 호들갑 떠는 성격인 것 같다", "애 낳으면 더 할 듯", "저 정도면 일을 쉬어야 할 것 같다", "누군가 제대로 이야기 좀 해줘라", "벌써부터 저러면 나중에는 얼마나 심할까", "아무리 유세여도 동료들이 배려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보건복지부가 임산부 253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임산부로 배려 받은 경험이 있냐'는 물음에 59.1%가 '그렇다'고 답했다. 임산부가 받은 배려로는 좌석 양보가 59.4%로 가장 많았고, 근무시간 등 업무량 조정(11.5%), 짐 들어주기(9.2%) 등의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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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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