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내내 '즉위 행사'
27일부터 최장 10일간 연휴
[ 김동욱 기자 ] “어제(28일)부터 일본 전역 고속도로에서 시작된 정체는 5월 2~4일 특히 심해질 전망입니다. 상·하행선 모두 연휴 기간 내내 오전 9시~오후 9시까지 정체가 빈번하게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구루마노뉴스)
아키히토(明仁) 일왕 퇴위와 나루히토(德仁) 차기 일왕 즉위를 앞둔 29일 도쿄의 주요 오피스가와 주거지역은 한산했다. 27일부터 5월 6일까지 사상 최장 연휴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도심을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평소 주차 차량으로 빈틈이 없던 도쿄 내 주요 맨션(한국의 아파트에 해당) 주차장도 텅 비다시피 했다. 반면 시내 주요 상가와 관광지에는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섰다. 30일 막을 내리는 ‘헤이세이(平成)’ 연호와 다음달 개막하는 ‘레이와(令和)’ 연호를 내건 마케팅도 한창이다.
‘행사 모드’ 돌입한 일본
200여 년 만의 일왕 생전 퇴위와 신왕 즉위를 앞두고 일본은 ‘연중행사 모드’로 접어들었다. 요미우리신문, 마이니치신문 등 주요 신문과 NHK 등 방송에선 대대적으로 ‘헤이세이(平成) 시대(1989년 1월~2019년 4월)’를 재조명하는 기사를 앞다퉈 내보내고 있다. 30일 밤 12시를 기해 헤이세이에서 레이와로 연호가 바뀌는 것을 기념해 도쿄 이케부쿠로에 있는 선샤인시티에선 연호 변경 카운트다운 행사도 열린다.
조만간 전직 일왕이 되는 아키히토 일왕과 차기 일왕 예정자인 나루히토 왕세자도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아키히토 일왕은 23일 아버지인 쇼와(昭和) 일왕 묘를 방문했고, 24일에는 이임 예정인 이수훈 주일 한국대사 부부와 면담했다. 퇴위를 앞둔 바쁜 일정 중에도 일부러 한국대사를 만난 것은 최근 악화된 한·일 관계를 고려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30일에는 퇴위식이 열린다. 오후 5시 고쿄(皇居·궁궐) 내 접견실인 마쓰노마에서 300여 명의 주요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퇴위 의식인 ‘퇴위례(退位禮) 정전(正殿)의식’이 국가행사로 치러진다. 이날 퇴위식에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국민을 대표해 아키히토 일왕 퇴위를 발표한다. 일왕의 마지막 ‘대국민 메시지’도 나온다.
나루히토 즉위 소감 ‘주목’
5월 1일에는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식이 열린다. 오전 10시30분 ‘삼종신기(三種神器)’라고 불리는 일왕의 상징인 칼, 거울, 곡옥을 물려받는 의식이 치러진다. 이어 총리 등 정부 각료와 지방자치단체 대표 등을 만난다. 이때 첫 즉위 소감도 발표된다.
5월 26~28일 일본을 국빈 방문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면담도 예정돼 있다. 국제무대에 일왕이 공식 ‘데뷔’하는 셈이다. 6월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즈음해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등과의 만남도 추진되고 있다.
해외 귀빈 등을 초청한 공식 즉위식은 10월 22일 열린다. 일본 정부는 195개 수교국 원수에게 즉위식 초청장을 보냈다. 이날 새 일왕 부부가 오픈카를 타고 도쿄 시내를 달리며 국민에게 인사하는 카퍼레이드를 한다. 일련의 일왕 즉위 관련 행사는 11월 14일 밤 열리는 ‘다이조사이(大嘗祭)’로 마무리된다. 다이조사이는 새 왕이 햇곡식을 조상에게 바치는 종교적 성격의 행사다.
왕의 연호를 통해 시대를 구분하는 일본에선 새 시대 개막을 앞두고 낙관적인 미래를 둘러싼 기대도 커지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이 1053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58%가 ‘레이와 시대’에 일본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루히토 새 일왕이 전쟁에 대한 ‘반성’을 강조했던 아키히토 일왕의 뜻을 이어갈 것이란 기대도 크다. 나루히토 왕세자는 2015년 기자회견에서 “전쟁을 체험하지 못한 세대에게 전쟁의 비참한 체험과 일본이 걸어온 역사를 올바르게 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표방하며 개헌의사를 강조하고 있는 아베 총리와는 줄곧 결을 달리해온 것이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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