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판 벌였지만 경찰 조치 없어"
"회사 오너가 노조 지부장에
일일이 결재받는 게 현실"
[ 배태웅 기자 ] “경기 안양시 평촌 LG 데이터센터 확장 공사에서도 건설노조가 갑질을 벌였습니다. 공사현장 주변이 아파트인데 확성기로 고성을 지르고 노조가 몰려와 공사현장 입구를 막아댔습니다. 주변 빌딩은 소음공해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전북 군산의 건설현장에서 일할 때 건설노조가 전임비를 업체마다 300만원씩 받는다는 사실에 충격받았습니다.”
한국경제신문이 “해도 해도 너무한 건설노조 ‘조폭식 갑질’”(본지 4월 29일자 A1면 참조) 기사를 보도하자 전국 곳곳의 건설현장이 노조에 시달리고 있다는 제보가 줄을 이었다. 건설노조의 갑질과 비리를 폭로하는 내용에 공감한 네티즌이 자발적으로 자신이 겪은 피해 사례를 드러낸 것이다. 네티즌들은 기사에 담긴 사례는 ‘새 발의 피’라며 건설노조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한 네티즌은 “동네 근처에서 건설노조가 며칠 동안 꽹과리와 확성기를 동원하고 술판을 벌였지만 경찰에 신고해봐야 아무런 조치를 할 수 없다며 그냥 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현장에는 건설노조 때문에 사업을 접는 하청업체가 수두룩하다”며 “회사 오너가 각 노조 지부장에게 결재를 받는 게 현실”이라고 현장을 고발한 네티즌도 있었다.
일부 독자는 기자들에게 노조원이 크레인을 점거한 동영상을 제보하기도 했다. 해당 영상에는 지난 26일 서울 한남동에서 크레인 기사가 민주노총의 갑질을 해결하라며 크레인 위에서 1인 농성을 벌인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 독자는 “언론에는 임금 체납에 대한 것으로 보도됐지만 실상을 알리고 싶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건설노조의 갑질에 분노한 청와대 국민청원은 지난달에만 10건을 넘었다. 24일 마감된 한 청원 게시물은 참여 인원 수가 4만9000여 명에 달했다. 전체 누적 청원 수는 5만 건을 넘겼다. 국민청원 댓글에도 건설노조의 갑질과 이들로부터 겪는 일반인의 피해를 고발하는 내용이 이어졌다.
그러나 건설노조의 행태는 여전하다. 경찰에 따르면 29일 서울 창동, 일원동, 신정동, 면목동, 응암동 등 10개 지역에서 건설노조의 집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접수됐다. 대부분 소속 노조원 채용을 촉구하는 집회다. 이날 노조와 대치를 벌인 한 건설회사 관계자는 “오늘은 경찰 버스가 세 대나 왔지만 지난번처럼 아무런 제재도 하지 않았다”며 “노조가 현장 입구를 틀어막는 게 요즘 일상”이라고 하소연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임금협상을 앞두고 건설노조가 서울 전역을 순회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오히려 앞으로 건설노조의 움직임이 더욱 격화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대한전문건설협회와 건설노조가 임금협상에 들어가면서 민주노총이 철근콘크리트 시공 1위 업체인 원영건업을 상대로 시위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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