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 日王 즉위, 한·일 관계 '미래 지향' 전기로 삼아야

입력 2019-04-29 17:56  

일본에서는 내일(5월 1일) 나루히토(德仁) 새 일왕이 즉위, ‘아름다운 조화’라는 뜻의 레이와(令和) 시대가 열린다. 2016년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퇴위 의사를 밝힌 데 따라 왕세자인 나루히토가 그 뒤를 잇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이번 왕위 승계가 성대한 축제 분위기에서 치러지고 있다. 일본은 전후 세대(1960년생)인 나루히토 즉위를 계기로 ‘새롭고 강한 미래지향적 일본’을 건설하겠다는 의지로 충만해 있다.

퇴임하는 아키히토 시대와 달리 2차 세계대전의 모든 부담에서 벗어나 과거와 절연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정치 개혁과 경제 성장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초일류 지도국가로 비상한다는 야심찬 구상을 숨기지 않고 있다. 새 일왕의 즉위는 그런 점에서 한·일 관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가 한·일 관계에 꼭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태평양전쟁의 죄의식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새 일왕은 한국 등과의 ‘과거사 문제’에 더 강경할 수도 있다. 이런 움직임이 ‘평화헌법’을 개정해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가겠다는 아베 신조 총리에 더욱 힘을 실어 줄 경우 주변국과의 갈등은 더 커질지도 모른다.

새 일왕의 등장이 꼬일 대로 꼬인 양국 관계를 풀어낼 계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 일본이 국제사회의 일류 국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한국과의 관계 개선이 불가피하다. 대북 문제와 동북아 안보는 물론 경제 교류 측면에서도 양국은 불가분의 관계다. 따라서 축제 분위기 속에서 새 시대를 열고 싶은 일본이 한·일 관계 경색을 풀어낼 새로운 카드를 들고나올 수도 있다.

최근 일본 언론이 6월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에 대해 보도한 것은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한국 정부도 대일 강경 일변도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양국 관계는 최근 자존심 싸움 단계로까지 돌입한 터다. 양국 정치권과 경제계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제 두 나라 모두 좀 더 성숙한 모습으로 미래 지향적 관계를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새 일왕의 즉위는 그런 계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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