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고속도로를 타고 지방에 내려가다가 점심때가 돼 휴게소에 들른 적이 있다. 휴게소 식당에 들어서니 그날따라 유난히 밥을 먹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한 방송에서 극찬한 국밥 메뉴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지나가는 여행객들을 불러 모으는 모양이었다. 삼삼오오 정겹게 나누는 따뜻한 국밥 한 그릇이 휴게소 밖의 답답한 교통상황을 잊게 하는 듯했다. 지친 운전자들에게 고속도로 휴게소보다 더 훌륭한 안식처는 없는 듯하다.
운전 중에 졸음을 깨우거나 식사를 위해 휴게소에 들른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쉬지 않고 장시간 운전을 하면 사고 위험이 커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휴게소는 운전자들이 꼭 거쳐야 하는 중간 기착지다. 우리 인생의 길도 매한가지가 아닐까? 우리의 삶 속에서 일은 생계나 자아실현의 수단으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쉼 없이 일만 한다면 자칫 건강을 비롯해 많은 소중한 것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운전 중에 휴게소에 들르는 것처럼 우리의 삶에서도 적절한 휴식이 필요한 이유다.
최근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이 많은 직장인 사이에서 회자하고 있다. 직장인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우리 농협에서도 정해진 근무시간에만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PC 오프제를 도입하는 등 새로운 근무 제도에 대비해왔다. 과거 주 5일 근무제가 시행됐을 때처럼 앞으로 더 많은 휴식과 시간 활용의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또 사람들의 여가 활동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레 소비가 늘어나고 기업 활동도 덩달아 활발해지는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제도적 장치는 중요하다. 그러나 적정한 업무량과 생산성 향상 또한 뒷받침돼야 한다. 그래야 주 52시간 근무제의 원래 취지를 훼손하지 않고 경제사회도 발전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정해진 업무 시간에 일을 마칠 수 있어야 우리가 원하는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멕시코와 코스타리카 다음으로 최상위권이다. 반면 1인당 노동생산성은 아쉽게도 적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의 삶에 진정한 의미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뜻의 신조어)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절실하다.
우리의 삶은 오선지 위에 그려진 악보와 같다고 한다. 훌륭한 곡이라도 쉼표 없이 음표로만 끊임없이 이어진다면 소음으로 다가올 것이다. 베토벤은 쉼표를 적절히 사용해 그의 곡들을 더욱 웅장하고 아름답게 표현했다. 우리의 삶 속에서도 일과 휴식의 적절한 조화가 이뤄져 많은 이들의 삶이 더욱 아름다워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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