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근래 영국에서는 ‘분리와 합치’를 둘러싸고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습니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뿐만이 아닙니다. 브렉시트와 관련해 최근 벌어지고 있는 혼란을 틈타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에서 영국 본토로부터의 분리독립을 강하게 주장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습니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독립당 대표는 당 회의에서 “영국의 의회 제도는 망가졌다”며 “이제 스코틀랜드가 비로소 독립해야 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스터전 대표는 “브렉시트로 인해 상황이 변화하고 있는 지금이 스코틀랜드 독립의 적기”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영국 정부는 브렉시트 이후 재편성될 정치적 상황에 있어 스코틀랜드의 의중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브렉시트로 인한 혼란이 계속 이어지면서 이제 영국 내에서 ‘탈(脫)영국’을 부르짖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지난 27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코틀랜드인의 49%가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지난 2014년 마지막으로 진행됐던 국민 투표에서 45%에 그쳤던 것에 비해 크게 오른 수치입니다. 로이터통신은 유고브 발표가 나온 다음 날 스터전 대표의 스코틀랜드 독립 가능성 시사 발언이 나온 것이 서로 연관이 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스코틀랜드보다 독립을 더 강하게 요구하는 북아일랜드 사람들은 아직까지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테러를 자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북아일랜드 제2의 도시인 런던데리에서 북아일랜드의 독립을 요구하는 급진 민족주의 단체(IRA)가 벌인 차량 폭탄 테러로 시민 150여명이 긴급 대피한 일이 있었습니다. 북아일랜드 독립주의자들은 영국이 EU를 탈퇴할 경우 자신들은 EU에 잔류함으로써 영국과 결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편 브렉시트는 여전히 진행이 더딘 상황입니다.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영국 의회의 행태에 이골이 난 EU 측은 내년까지 브렉시트 시한을 재차 연장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나섰습니다. 영국 측에서는 5월 말 유럽의회 선거 전에 EU를 떠나는 것이 목표라는 의중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영국과 EU 측이 갈팡질팡하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자 영국이 EU를 합의 없이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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