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중소 한계 기업 구조조정 압력 높아져...민간 구조조정 플레이어 육성 시급”

입력 2019-04-30 22:40   수정 2019-04-30 22:40

≪이 기사는 04월30일(10:46)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자금이 투입되면 턴어라운드(실적개선)가 가능한 회생기업에 대한 민간 구조조정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선 신규자금에 대한 최우선변제권이 주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기업 구조조정의 중심축을 정부나 채권은행에서 자본시장으로 이동시키기 위해선 구조조정 투자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여줄 제도적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30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선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주최로 ‘자본시장에서의 기업구조조정 활성화를 통한 한계기업 조기정상화 방안’을 주제로 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파산부 판사 출신 이창헌 법무법인 지헌 대표 변호사가 발제를, 김두일 연합자산관리 주식회사(유암코) 본부장, 전대규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 김성조 금융위원회 기업구조개선과 과장, 여성철 고용노동부 퇴직연금복지과 과장이 패널 토론자로 참여했다.

기업회생절차에서 기업은 법원의 허가를 받아 자금을 융통하는 신규자금대여(DIP파이낸싱)을 활용할 수 있다. 현행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회생절차에서 신규자금채권은 공익채권으로 회생담보권이나 회생채권보다 우선적으로 변제되지만 회생절차가 파산절차로 전환되는 경우에는 우선변제권이 인정되지 않았다. 투자자 입장에선 위험 부담이 높다보니 투자를 꺼릴 수 밖에 없었다.

이와 관련 채 의원은 지난해 9월 회생절차 중 파산절차로 넘어가더라도 신규자금에 대한 우선변제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DIP파이낸싱의 매력도를 높여 민간 구조조정 시장을 활성화시킨다는 취지다.

참여자들은 이같은 개정안 취지에 상당부분 공감했다. 전대규 부장판사는 “회생절차에서 신규 대여금 채권에 대해 인정되는 공익채권 중 우선적인 지위를 파산절차에서도 다른 재단채권보다 우선하도록 채무자회생법을 개정하거나 회생계획이 인가되면 필요적으로 종결하도록 실무운영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며 “투자의 예측가능성을 높여 자연스럽게 투자자들이 DIP파이낸싱에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헌 변호사는 ”지난해 기업회생신청 건수가 최대를 기록하는 등 구조조정 압력이 높아지고 있지만 민간 구조조정 시장은 아직 초창기 단계“라며 "모험자본 활성화를 위해 조세채권이나 임금채권에 앞서는 최우선변제권이 주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규대출자금이 임금채권보다 우선순위가 높아지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여성철 과장은 ”당장 근로를 제공하고 재생산을 위해 필요한 임금채권의 우선순위가 후순위로 밀리는 것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소·중견기업들의 구조조정 수요가 늘면서 전문 구조조정 사모펀드 운용사(PEF)등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의 육성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두일 본부장은 ”아직 확실한 트랙레코드가 없다보니 구조조정 시장에 국민연금 등 주요 출자자(LP)들의 참여가 부진한 것이 현실“이라며 ”전문 구조조정 투자자를 육성하기 위해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조 과장은 ”한국은 민간 구조조정 시장이 부실채권(NPL)을 중심의 청산형으로 성장해왔다”며 “정부에서도 턴어라운드 PEF를 키워나가기 위한 정책적 지원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채이배 의원은 "지금까지 우리나라 구조조정이 은행 중심, 관(官)중심의 구조조정으로 이뤄줘 왔다면 이제는 관에서 민간으로, 은행에서 자본시장으로 이동돼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고위험·고수익을 좇는 모험자본들이 우리나라 자본시장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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