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난립하는 가운데 한국인을 노린 기획사기 형태의 거래소도 생긴 것으로 파악된다. 투자자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달 세이셸 공화국에 설립했다는 A암호화폐 거래소는 해외 조세회피처의 글로벌 거래소를 표방하면서도 공지사항은 한글로만 작성했다. 이 거래소는 최근 한국인 대상 비트코인(BTC) 입금 이벤트를 시작했다. 선착순 1만명이 0.995BTC를 입금하면 한 달 뒤 1BTC로 돌려준다는 이벤트다. 이벤트 소요 예산은 약 3억원으로 추산된다.
유사수신 행위 소지가 있다. 은행법, 저축은행법 인가를 받지 않은 상태로 추후 원금의 전액을 초과하는 금액을 지급할 것으로 약정하고 금전을 수입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암호화폐가 금전에 해당하는가의 문제는 있다. 법원은 암호화폐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한 판례가 있지만 암호화폐의 성격에 대해서는 법적 규제공백 탓에 명확히 정의하지 못하고 있다.
인당 0.005BTC라는 수익률을 약속하고 입금을 유도한 뒤 거래소가 잠적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주현 법무법인 광화 변호사는 "거래소 내 암호화폐 가격을 높게 설정하거나 입금액의 몇 %를 더 준다는 식으로 입금을 유도하는 전형적인 기획사기 형태"라며 "법인이 세이셸에 있다면 암호화폐를 챙겨 잠적하더라도 사실상 잡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처럼 현혹해 입금을 유도하고 출금을 거부하는 거래소 사례는 국내에도 찾아볼 수 있다. 국내 소형 암호화폐 거래소 트래빗은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투자자 입금을 유도했지만 지난해 9월부터 간헐적으로 원화 출금을 중단하면서 문제가 됐다.
수십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보관하는 집금계좌(벌집계좌)가 보이스피싱 신고를 받아 정지됐다는 이유를 댔지만, 해당 은행은 "계좌에 억대 자금이 들어 있지는 않다"고 답변했다. 투자자들은 경영진의 횡령이 의심된다며 집단소송을 준비하자 경영진을 포함한 임직원 퇴사가 이어지고 사실상 폐업 수순에 들어갔다. 투자자들은 거래소에 맡긴 투자금을 떼일 처지에 놓였다.
세이셸에 설립됐다는 A 거래소는 주소, 연락처, 대표 신상정보 등 법인 관련 정보는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박 변호사는 "거래소의 자본금 규모 등을 따져야 한다. 자본금보다 많은 비용이 필요한 이벤트를 어떻게 진행할 것이라 장담할 수 있느냐"며 "해당 정보를 공개하지 않거나 자본금이 지나치게 적은 거래소는 무턱대고 신뢰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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