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X, 고릴라 같이 생긴 게…"
중학교 여학생이 남자 동급생에게 들은 말이다.
워킹맘 A씨는 키 크고 통통한 스타일의 딸 B양이 주위의 외모 지적에 스스로 외모 비하에 빠졌다며 고민을 털어놨다.
A씨에 따르면 B양은 초등학교 시절 학급회장을 도맡을 정도로 밝고 성실했다. "자식 자랑 하는 것 같아 오글거리지만 선생님들께도 늘 리더십 있다고 인정받고, 이타심과 배려심이 많은 아이라는 칭찬도 들었다"며 조심스레 자랑했다.
중학교에 입학하고 사춘기가 올 법도 한데 딸은 조금만 부모의 속을 상하게 하는 일이 생기면 먼저 달려와 "죄송하다"고 말한다고.
A씨는 딸이 자존감이 높아 매사에 긍정적이고 자기애도 강했다고 설명했다.
어느 날, 하교 후 집에 돌아온 B양은 방에 들어가 펑펑 우는 모습을 보였다. A씨가 몰랐던 일들이 있었던 것.
B양은 초등학교 6학년 때 키 160cm 초반, 몸무게 60kg 대였지만 주변에서 외모로 놀리거나 지적하는 친구들이 없었다.
중학교에 입학하고 키도 커졌지만 몸무게도 늘었다. 늘어난 몸무게만큼 동급생들의 눈초리가 매서웠다.
선생님은 학급 회장인 B양에게 수업 전 아이들에게 조용히 시켜달라고 왕왕 부탁했다.
B양이 교탁 앞에 나가 아이들에게 "조용히 좀 해 달라"고 말하면 "돼지 X아, 네가 더 시끄러워"라는 말이 돌아왔다. 남자아이들은 낄낄 거리며 웃었다고.
뿐만 아니라 학급에 커플이 몇 생겼는데 한 남자 아이가 "너 같은 모쏠은 연애 상상도 못할 것"이라고 비꼬았다고 한다.
날씬한 여학생들에게 한없이 친절한 남학생들은 유독 B양만 못되게 굴었다. 체육 도구를 옮길 때도 "넌 힘세니까 네가 다 알아서 해"라며 누구 하나 도와주지 않았다.
학원에서도 남학생들이 "고릴라 같다"면서 킥킥거리고 먹고 난 음료수를 등 뒤에 던졌다고 B양은 엄마에게 털어놨다.
A씨는 "남의 자식 탓하기 전에 모든 것은 이 사태를 만든 제 잘못"이라면서 "공부는 체력싸움이라 생각해서 아침, 저녁 식사에 정성을 많이 들였다. 방학 때 학원 특강을 들으러 갈 때면 외식업체 도시락은 맛없을 것 같아 점심, 저녁 도시락까지 직접 싸줬다"고 설명했다.
당시 겨울 동안 활동이 적고 잘 먹어서인지 5kg 정도 찐 것이 가장 큰 문제였던 것 같다고 A씨는 후회했다.
B양은 학교생활을 묻는 질문에 엄마의 걱정을 덜기 위해 "좋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뜬금없이 "엄마, 나 그렇게 뚱뚱해요?"라고 물어 온다고 한다.
A씨는 "딸아이 멘탈에 금이 가고 있는 것 같아 불안하다. 사춘기라는 중요한 시기에 부정적인 자아상을 갖게 될까 봐 두렵다. 그렇다고 성장기인 딸에게 급격한 다이어트는 무리이지 않을까"라며 고민을 털어놨다.
네티즌들은 "예민한 시기 외모 때문에 상처 받은 아이들은 대학생이 되어서까지 트라우마로 남는 경우가 많다. 활발했던 아이가 마음에 상처 많이 받을까 봐 겁난다. 고등학생 되면 살 뺄 시간 더 없을 테니 중학생 때 관리 시켜라", "외모지상주의가 팽배한 우리 나라에서 정말 살기 쉽지 않다. 공부도 체력이 되어야 한다. 개인 PT를 끊게 해서 정기적으로 관리하는 게 좋겠다", "비슷한 상황을 겪었던 사람으로서 느낀 점은 따님 살은 꼭 빼게 하는 게 좋겠다. 그리고 학교, 학원 찾아가서 아이들이 함부로 말 하지 못하게 담판 지어야 한다. 아니면 주변 아이들 점점 더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엄마마저도 다이어트하라고 부추긴다면 아이의 자존감이 바닥을 칠 것", "너는 그대로 소중하다고 사랑을 표현해주는 게 좋을 것 같다", "자신을 더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다. 딸이 문제가 아니다. 남자 학생들이 무례한 거다", "못된 이야기를 하는 남자아이들에게 더 큰 소리 칠 줄 아는 배포를 기르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아이의 자존감을 챙기는 것이 좋다"라는 반응을 보이며 외면보다 내면의 중요성을 교육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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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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