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부는 학대하고 계부와 친모는 살해 공모 … 중학생 딸의 외로운 죽음

입력 2019-05-02 11:33   수정 2019-05-02 14:33

10대 의붓딸 살인사건 충격
경찰, 친모도 공모 확인
"계부가 딸 살해하는데 동행했다"
친모도 중학생 딸 살해 공모 자백
친부 학대 정황도 드러나





의붓아버지 손에 살해된 12세 A양은 친모의 전화를 받고 나가기까지 친아버지와 살고 있었다.

경찰은 A 양의 의붓아버지 김씨와 친어머니 유씨가 지난달 26일 A양이 거주하는 전남 목포를 찾았으며, 김씨는 철물점·마트에서 범행 도구(청테이프·노끈·마대자루)를 구입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유씨는 지난달 27일 오후 5시께 김씨의 부탁을 받고 목포버스터미널 주변에서 공중전화로 딸 A양을 불러냈다.

김씨는 자신을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신고한 A양에게 격분한 터였다.

부부는 A양을 차량에 태워 농로로 이동했으며, 김씨가 뒷좌석에서 A양의 목을 졸라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씨는 남편 김 씨가 승용차 뒷좌석에서 A양을 목 졸라 살해하던 당시 앞 좌석에 앉아 생후 13개월 된 아들을 돌보고 있었으며, 시신을 유기하고 집으로 왔을 때 '고생했다'며 남편을 다독이기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앞서 A양에게 음란 동영상을 전송하고 신체 부위를 찍어 보내라 하는 등 성학대를 했다고 신고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은 관할을 따지면서 시간을 끌고, 성범죄 신고 내용을 학대 당사자들에게 알리면서 비극을 초래했다.



경찰에 성범죄 진정서를 낸지 일주일이 지난 지난달 15일엔 A양이 직접 수사관에게 신변보호를 요청했지만, 친아버지가 필요치 않다고 해 취소하기도 했다.

김씨의 성추행 등을 경찰에 함께 신고한 것으로 알려진 친아버지도, A양이 의지할 수 없는 존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6년 A양은 친아버지의 상습적인 폭행을 견디다 못해 아동보호기관에 알렸고, 법원은 친아버지에 대해 접근금지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후 A양은 어쩔 수 없이 의붓아버지와 친엄마 집으로 갔지만 여기서도 학대는 계속됐다.

김씨는 A양을 마구 때리고 폭언하는 것도 모자라 성적으로 괴롭히기까지 했다.

A양 친할머니 증언에 따르면 의붓아버지와 친모 모두 A양을 때리고 밖으로 내보내고 문을 잠가버리기도 했다고 한다.

양쪽 모두에게서 학대를 당한 A양은 결국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경찰도 A양을 지옥으로부터 꺼내주지 못했다.

초기 자신의 공모 사실을 부인하던 유씨는 결국 범행 공모 사실을 시인했다.

유 씨는 남편 김 씨와 함께 지난달 27일 오후 6시 30분께 전남 무안 농로에서 중학생인 딸 A 양을 승용차 안에서 살해하고, 시신 유기를 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앞서 의붓딸인 A 양을 살해하고 시신을 광주 동구 너릿재터널 인근 저수지에 유기한 혐의(살인 및 사체유기)로 남편 김 씨를 구속했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친모가 딸을 전화해서 불러냈다면 당연히 공동정범의 요건인 '범죄수행에 필수 불가결한 역할 분담'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단순 방조 혐의가 되면 무조건 법정형 2분의1로 감경돼 종래 심신미약 감경 효과와 동일하다"고 엄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 씨의 영장실질심사는 2일 오전 11시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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