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태형 기자 ] 마틴 켐프 영국 옥스퍼드대 예술사학 명예교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다. 21세기 들어 새롭게 발견된 ‘아름다운 왕녀’와 ‘살바도르 문디’는 그의 감정을 거쳐 다빈치의 진품으로 인정받았다. 《레오나르도》(2006년, 을유문화사) 등 그의 저작은 다빈치 관련 최고 서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켐프 교수의 근작인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이전 저서와는 결이 다르다. 영문판 원제는 ‘Living with Leonardo’. 연구 성과를 소개하는 학술서적이 아니라 다빈치에 빠져 50여 년을 살아온 학자가 개인적으로, 예술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삶의 순간들을 되돌아본 회고록에 가깝다. 다빈치 작품에 관한 쟁점과 저자가 이름 붙인 ‘레오나르도 산업(the Leonardo industry)’의 주요 측면을 주제별로 깊이있게 살펴본다.
이 중 독자의 가장 큰 흥미와 관심을 불러일으킬 주제는 ‘모나리자’를 둘러싼 괴담과 소설 ‘다빈치 코드’로 잘 알려진 음모론이다. ‘모나리자’의 모델은 여장한 다빈치 자신이었을까, 제자 살라이가 여장한 것일까. 아니면 고급 매춘부였을까. 저자는 피렌체 상인 지오콘도의 부인인 리자가 초상화의 여인이라는 정설을 지지하면서도 “모델의 정체를 밝혀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이라고 선을 긋는다. 다빈치는 비밀종파 ‘시온수도회’의 열두 번째 사도였을까. 정말 ‘모나리자’ 등에 비밀 메시지와 위장한 단어, 이미지를 숨겨놨을까. 저자는 다빈치 코드 열풍 이후 더욱 횡행해온 ‘비밀학’의 가설들이 모두 헛소리임을 사료와 정연한 논리를 통해 논증한다.
이 책은 올해 5월2일로 서거 500주기를 맞은 다빈치에 덧입혀진 온갖 신화와 괴담을 벗겨내며 오늘날에도 혼란스러울 만큼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재생산되는 ‘다빈치 현상’을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저자는 말한다. “다빈치 그 자체를 읽어라. 그의 목소리만이 유일한 진짜다. 그리고 직접 보라. 그의 회화와 드로잉을.” (이상미 옮김, 지에이북스, 442쪽, 2만4800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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