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글자 모두 전쟁과 관련이 있다. 앞 글자 干(간)은 흔히 ‘방패’로 푼다. 글자 초기 꼴에서는 단순 방패 이상이다. 상대 공격을 막는 방패에 무기로 보이는 무언가를 덧댄 모습이다.
城(성)이라는 글자의 처음 모습도 단순한 흙담은 아니었다. 무기를 쥔 사람 또는 그 무기와 함께 담을 그린 꼴이다. 전쟁을 수행하는 병력이 누군가의 공격으로부터 자신과 자신이 속한 집단을 지키는 형태다.
그러니 간성(干城)이라는 글자 조합은 나중에 남과의 싸움에서 스스로를 지키는 일정한 집단, 즉 군대나 병력을 지칭하는 단어로 자리 잡았다.
성의 둘레를 또 담으로 치는 경우가 있다. 이른바 郭(곽)이다. 둘을 이으면 성곽(城郭)이다. 바깥 테두리를 보통은 외곽(外郭), 전체를 짐작할 수 있는 둘레 전체를 윤곽(輪郭)이라고 적는 이유다.
보루(堡壘)도 전쟁과 관련이 있다. 공격과 방어를 상정한 건축이다. ‘지키다’라는 새김의 保(보)라는 글자에 담을 지칭하는 듯한 土(토)가 붙었다. 따라서 나중에 생긴 글자로 추정한다. 壘(루)는 처음 꼴이 적의 동태를 관찰하는 망루의 모습이다.
야구에서 득점에 필요한 전진기지라는 의미로 1~3루(壘)를 이 글자로 적고 있다. 생생한 현대적 쓰임새다. 성채(城砦)라고 적을 때의 砦(채)도 흙이나 돌로 쌓은 군사적 용도의 담이다. 같은 맥락의 글자로는 寨(채)가 있다. 나무로 두른 담이다.
營(영)이라는 글자도 궁궐 외부에 쌓은 담이라는 의미에서 출발해 지금은 군영(軍營), 병영(兵營) 등의 단어를 낳았다. ‘나라’의 새김인 國(국)이라는 글자 역시 담장과 관련이 있다. 무기(戈)를 지니고 거주지(안의 작은 네모)를 지키는 큰 둘레의 담(큰 네모)이라는 요소로 이뤄져 있다.
전역 뒤 큰 수모를 겪었던 박찬주 예비역 대장의 뒤늦은 전역사가 화제다. 그는 후배 군인들에게 정치적 중립의 중요성과 함께 “정치인들이 평화를 외칠 때 전쟁을 준비하는 각오를 다지라”고 했다. 정치 바람에 지조 없이 흔들리는 우리 군인, 걸핏 나라 근간을 도외시하는 한국 사회를 향한 큰 경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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