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정현 기자 ]
핀란드 출신인 거장 오스모 벤스케(66)가 내년 1월부터 3년간 서울시립교향악단을 이끈다. 서울시향은 2015년 말 정명훈 전 감독이 사임한 이후 공석이던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에 벤스케를 선임했다고 2일 발표했다.
강은경 서울시향 대표는 이날 세종문화회관 연습동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0년 1월부터 3년간 벤스케가 서울시향 음악감독을 맡게 됐다”며 “음악적 역량뿐 아니라 포용적인 리더십을 갖춰 서울시향에 꼭 필요한 분”이라고 소개했다. 강 대표는 지난해 3월 취임 후 ‘음악감독추천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이를 통해 음악감독 후보자 3인을 추천했다. 이후 면담을 거쳐 조건을 타진한 뒤 최근 이사회가 벤스케를 최종 음악감독 후보자로 제청했고 서울시가 승인했다.
벤스케는 1993~1996년 아이슬란드 심포니 오케스트라 수석 지휘자를 지냈고, 현재 미국 미네소타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핀란드 라티 심포니 명예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시벨리우스 교향곡 1번과 4번 녹음으로 2013년 그래미 최우수 오케스트라 앨범상을 받는 등 ‘시벨리우스 스페셜리스트’로 잘 알려져 있다. 이날 미국에서 보내온 영상 메시지를 통해 벤스케는 “서울시향과 객원지휘자로 몇 차례 연주했는데 늘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며 “뛰어난 음악적 역량과 좋은 음악에 대한 의지로 가득한 서울시향과 함께할 앞날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벤스케는 2015년 처음 서울시향을 지휘했고, 2017년과 작년, 올해 2월까지 모두 네 차례 호흡을 맞췄다. 지난해 11월 서울시향 자문역으로 영입된 공연기획 전문가 볼프강 핑크는 “벤스케는 시벨리우스 스페셜리스트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베토벤과 말러 교향곡 전곡 녹음도 했다”며 “‘오케스트라 빌더’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이 강도가 높고 감성적인 지휘로, 오케스트라와의 호흡을 중시하고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벤스케의 서울시향 음악감독 취임 연주회는 2020년 2월 열릴 예정이다. 미네소타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임기가 2022년까지인 데다 내년까지 주요 연주 일정들이 잡혀 있어 취임 첫해인 내년에는 한국에 총 6∼8주간 체류하며 1주에 2회씩 정기연주회를 이끌 계획이다. 이후 임기에는 국내 체류 기간을 연간 9~10주까지 늘려가기로 했다.
서울시향은 정 전 감독이 2006년 1월부터 9년 넘게 이끄는 동안 아시아 정상급 오케스트라로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 전 감독은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와의 갈등으로 2015년 말 사퇴했다. 정 전 감독을 서울시향 명예 음악감독으로 초빙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강 대표는 “가능성은 늘 열려 있지만 직제 변경은 서울시와 논의해야 하고 신임 음악감독과도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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