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동·잠실 30~40명씩 경쟁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
[ 윤아영 기자 ]
서울 경매시장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달부터 낙찰가율(낙찰가를 감정가로 나눈 비율)이 100%에 육박했다. 인기 주거지역 아파트엔 30~40명 이상 입찰자가 몰리고 있다.
부동산 전문인 법무법인 효현의 김재권 변호사는 “요즘 경매시장은 일반 매매시장과 거의 동행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부동산 가격을 선도하는 강남3구 급매물이 빠른 속도로 소진되자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이 조금이라도 싸게 집을 사기 위해 경매시장으로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 99%
3일 경매전문업체인 탱크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99.1%를 기록했다. 전달(91.2%)에 비해 7.9%포인트 올랐다. 지난달 평균 입찰자 수도 6.9명으로 전달(6.0명)에 비해 늘어났다. 경매시장에서 시장 전망을 가늠하게 하는 취하 건수는 3월 11건에서 지난달 20건으로 증가했다. 취하가 많다는 건 채권자가 나중에 경매에 부치는 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서울 전체 낙찰가율도 3월 82.8%에서 4월 86.9%로 올랐다.
수십 명이 낙찰받기 위해 경쟁하는 아파트도 많아졌다. 주로 1차 경매에서 유찰된 물건들이다. 이들 아파트의 낙찰가는 감정가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다. 중구 신당동 남산타운 전용면적 84㎡는 1차 경매에서 한 명도 참여하지 않아 유찰됐다가 지난달 10일 2차 경매에서 43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감정가의 101.7%인 8억4199만9999원에 낙찰됐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트리지움 전용 84㎡도 1차 경매에서 유찰된 뒤 지난달 22일 2차 경매에서 감정가의 100.1%인 14억7168만원에 팔렸다. 33명이 경매에 참여했다. 지난달 2일 경매된 마포구 상수동 래미안밤섬리베뉴2차 전용 84㎡는 1차 유찰 후 2차 경매에서 25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감정가의 99.1%인 10억8000만원에 낙찰됐다. 중랑구 신내동 신내대명 전용 39㎡는 지난달 22일 2차 경매에서 22 대 1의 경쟁률로 감정가의 101.2%인 2억5310만원에 새 주인을 만났다.
감정가 782% 낙찰도
지난달 낙찰가율이 가장 높았던 아파트는 성동구 성수동1가 쌍용아파트였다. 지난달 1일 진행된 경매에서 전용 84㎡가 감정가(3억6000만원)의 147.2%인 5억2998만원에 낙찰됐다. 아파트는 아니지만 지난달 2일 경매된 용산구 한강로1가의 주택은 감정가(3068만원) 대비 782.17%에 팔렸다. 사업시행인가를 준비 중인 재개발구역에 자리잡은 주택이다. 경매 낙찰자가 조합원 지위를 승계받는다는 점이 매력이다. 18명이 입찰에 참여했다.
두 차례 경매에서 유찰된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6차 전용 82㎡도 지난달 10일 3차 경매에서 감정가(20억9000만원)의 99.0%인 18억4000만원에 낙찰됐다. 8명이 입찰에 참여했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경매 참여자가 적고, 낙찰가율도 낮았던 올해 초와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며 “바닥을 이미 통과했다고 판단하는 실수요자나 갈아타기 수요자들이 매입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국 경매시장은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낙찰가율이 3월 84.3%에서 지난달 80.7%로 낮아졌다. 평균 입찰자는 3.7명에서 3.8명으로 소폭 늘어났다. 경매 전문 법무법인 열린의 정충진 변호사는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집값이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신규 공급이 중장기적으로 부족해질 것으로 보이고 보유세 부담도 예상보다 크게 늘지 않자 매수심리가 살아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