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조원어치의 금괴가 실린 러시아 보물선 돈스코이호를 인양한다며 사기를 친 신일해양기술(옛 신일그룹) 관계자들에 대해 첫 유죄 판결이 나면서 향후 재판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이 사전에 지분을 매입한 기업을 ‘보물선주’라며 홍보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띄운 혐의도 받고 있어서다.
지난 1일 서울남부지법은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신일그룹 관계자 4명에게 각각 징역 1년6개월~5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돈스코이호를 담보로 신일골드코인이라는 가짜 가상화폐를 판매해 투자자 수천명에게서 89억원을 뜯어냈다.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신일그룹 등이 애초에 신일골드코인을 판매해 투자금을 모으려 설립된 회사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지난해 4월 관계자들의 이메일 보관함에 있던 ‘신일골드코인 판매사업 개요’라는 파일에 ‘신일골드코인은 150조원 울릉도 보물선 돈스코이호를 담보로 보장되는 세계 최초의 가상화폐’라는 내용이 있었다”고 밝혔다. 신일그룹은 이후 5월께부터 돈스코이호 인양작업을 추진할 계획을 본격적으로 홍보했지만 실제로 인양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일골드코인도 암호화폐 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사이버 머니 수준의 포인트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돈스코이호 사건은 이후 다른 재판에서 또다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서울남부지검은 현재 지난 2월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신일그룹 관계자 10여명을 주식 불공정거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금융위 발표에 따르면 이들은 코인을 팔아 마련한 돈으로 코스닥시장 상장사 제일제강 주식을 매수한 후 신일그룹이 제일제강을 인수한다고 홍보했다.
지난 1일 실형을 받은 관계자인 전 신일그룹 대표 류모씨는 당시 제일제강 기존 최대주주의 지분을 양수한다는 계약을 체결했지만 이후 양수금을 내지 않아 계약을 무산시켰다. 금융위에 따르면 당시 ‘보물선주’로 인식된 제일제강 주가가 2배까지 오르면서 관계자들은 59억원에 이르는 차익을 거뒀다. 그 외 류씨의 남동생이자 돈스코이호 사건의 주범으로 해외 도피 중인 류승진 씨는 지난해 국내 공범들과 가상화폐 관련 투자 사기를 벌인 혐의로 추가 입건됐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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