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지방선거, 보수·노동 양대정당 외면…브렉시트 무능에 단죄

입력 2019-05-04 07:43  



지난 2일(현지시간) 실시된 영국 '2019 지방선거'에서 집권 보수당이 참패했다. 제1야당인 노동당 역시 의석수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반면 자유민주당이 크게 약진하는 등 양대 정당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군소정당에 표를 몰아준 것으로 나타났다.

거대 정당인 보수당과 노동당이 브렉시트로 인한 혼란을 가중한데 대해 유권자들이 심판을 내린 것이다.

3일 공영 BBC 방송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30분까지 이번에 투표를 시행한 잉글랜드 248개 지역 중 227곳의 개표가 완료됐다.

2015년 선거 대비 중앙정부 집권당인 보수당은 1153석을 잃었고, 노동당은 99석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자유민주당은 무려 609석을 늘리며 약진했고, 녹색당 역시 165석을 늘렸다.

영국 언론들은 이번 지방선거 결과와 관련해 유권자들이 브렉시트 혼란을 가중한 양대 정당에 대한 좌절감을 나타낸 것으로 분석했다.

당초 영국은 지난 3월 29일을 기해 유럽연합(EU)과 결별할 예정이었지만 두 차례 연기를 통해 이를 10월 말로 늦췄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은 물론 영국 사회도 큰 혼란을 겪었다.

여당과 야당의 대립은 물론이고 보수당과 노동당 내부에서조차 분열된 모습을 보이면서 혼란을 부채질했다.

영국에 대한 투자 중단을 경고하는 목소리와 함께 실제 유럽 등 해외로 조직 및 인력을 옮기는 외국 기업들도 늘어났다.

통상 지방선거는 주택, 주차, 주민세 등 지방 이슈에 대한 심판 성격을 가지지만, 이번 선거는 브렉시트가 가장 큰 변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BBC는 이번 선거 결과를 "브렉시트를 둘러싼 혼란을 키운 거대정당의 무능함에 대한 평결"이라고 정의했다.

보수당과 노동당의 인식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브랜던 루이스 보수당 의장은 이날 BBC 방송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 결과는) 양당에 브렉시트를 완수하라는 매우 분명한 메시지를 준다"고 말했다.

루이스 의장은 2015년 지방선거에서 보수당이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 지휘하에 큰 승리를 거둔 이후 브렉시트와 관련해 많은 일이 있었던 만큼 이번 선거가 매우 어려울 것임을 예상했다고 설명했다.

테리사 메이 총리는 이날 웨일스 보수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유권자들이 브렉시트를 완수해줄 것을 양대 정당에 원하고 있는 점이 선거를 통해 드러났다고 말했다.

보수당 일각에서는 이번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메이 총리의 조기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수당 내부에서는 오는 23∼26일 유럽의회 선거에서 더 큰 패배를 기록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나오고 있다.

사지드 자비드 내무장관은 이날 스코틀랜드 보수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번 지방선거 결과도 실망스럽지만 유럽의회 선거에서 더 나쁜 결과를 받아들여야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 역시 브렉시트가 이번 선거의 변수였다며, 노동당이 좀 더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었다며 아쉬워했다.

코빈 대표는 유권자 중 일부가 EU와 관련한 양당의 접근법에 만족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시인했다.

코빈 대표는 ITV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 결과가 하원이 브렉시트 교착상태를 푸는 돌파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유민주당과 녹색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큰 승리를 거두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빈스 케이블 자유민주당 대표는 "유권자들은 더는 보수당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 동시에 브렉시트와 관련한 애매함 때문에 노동당에 상을 주기도 거절했다"고 말했다.

녹색당의 조너선 바틀리 공동대표는 "이번 선거는 녹색당 역사상 최대의 승리로, 브렉시트가 이번 선거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녹색당은 영국이 EU 회원국에 남아야 한다는 분명한 태도를 보여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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