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 배후설에 디즈니 인수설까지
소문·추측 얽히며 실체없는 이야기만
불확실성 이어지며 브랜드 신뢰 하락
국내 최대 게임회사 넥슨의 매각 소식이 나온 지 4개월이 지났다. 그간 보도된 기사의 숫자만 1만6000건을 넘었고, 핵심 계열사인 넥슨지티의 주가는 90% 상승했다.
높은 관심만큼 확인되지 않은 설도 많았다. 중국 텐센트가 보이지 않게 조종하고 있다는 배후설에부터 국내 게임업계 2위 넷마블의 구원설까지 다양했다. 최근에는 김정주 NXC 대표가 미국 디즈니에 인수를 제안했다는 소식과 디즈니가 이를 거절했다는 주장까지 있었다. 공식 발표와 비공식 입장, 소문과 추측이 얽히면서 넥슨 매각은 실체를 알 수 없는 이야기로 확대됐다.
분명한 건 넥슨의 본입찰이 오는 15일 진행된다는 점이다. 지난 2월 진행된 예비 입찰에 카카오, 넷마블과 사모펀드인 KKR, 베인캐피털, MBK파트너스 등이 참여한 가운데 누가 넥슨의 새 주인이 될 지에 관심이 쏠린다. 김정주 NXC 대표가 결정을 수용하면 가능한 일이지만, 이마저도 김 대표가 거절하면 모든 건 수포가 된다. '누구든지 빨리 인수했으면 좋겠다'는 말이 게임업계 안팎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불확실성은 기업 경영에서 피해야할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최희갑 아주대 교수는 자신의 책 <불확실성을 경영하라>에서 "불확실성은 알 수 없다는 것이고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라며 "최소화해야 하고 가능하다면 마주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넥슨은 현재 불확실성에 갇힌 상태다. 올 상반기 출시될 14개의 신작보다 '언제 누구에게 매각될 지'에 대한 관심이 더 높으니 말이다. 넥슨이 디즈니에 인수된다는 외신의 '오역 보도'가 1년에 한 번 열리는 '넥슨개발자컨퍼선스(NDC)'를 덮을 정도였다. 씁쓸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최근 게임업계에서는 '삼성이 넥슨을 인수했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온다. 실현 가능성이 낮은 우스갯소리지만 그 배경에는 모두가 공감하는 어떤 '절실함'이 있다. 넥슨의 새 주인이 누구일 지에 대한 궁금증보다 업계 맏형이 해외 업체(정확히는 중국)에 매각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것이다. 여기에 매각 이슈로 인한 불확실성이 빨리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
삼성전자가 규제와 논란의 소지가 많은 게임산업에 뛰어들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133조원을 들여 시스템반도체를 육성할 순 있어도 10조원을 투자해 넥슨을 인수하는 건 무리가 따른다. 삼성전자가 넥슨 인수를 위한 투자 설명서(IM)를 받았다고 해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들이 이를 모를 리 없다. e스포츠 게임단을 운영하고 게임 개발에 투자했던 삼성전자가 2013년 게임산업에 손을 땐 배경(득보다 실이 많아서)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삼성이 넥슨을 인수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절실함은 씁쓸함을 남긴다. 국내 게임산업에 대한 우려와 걱정,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생각보다 깊을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한 가지 잊지 않아야 할 부분은 있다. 넥슨 또는 김정주 대표에게 충분한 시간은 줘야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여론의 파장이 큰 만큼 당사자인 김 대표도 다양한 사항을 확인하고 있을 것"이라며 "조급함보다는 업계가 고민한 흔적들이 묻어 있는 '절실함'을 통찰할 수 있도록 재촉하지 않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