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들, 의원·보좌관 출신 영입
기업인 국감 출석 대응팀 운영도
[ 임도원 기자 ] 대관 업무 서비스 시장은 점차 서울 여의도로 옮겨가는 추세다. 과거 정책 수립과 각종 인허가 등의 ‘칼자루’를 쥐고 있던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의 파워가 급격히 쇠퇴하는 반면 국회의 입법과 규제 기능이 대폭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광장은 지난 1월 진정구 전 국회 사무처 입법차장(차관급)을 RGA(규제 및 정부대응) 솔루션그룹에 영입했다. 이곳에선 재선 의원 출신으로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 간사를 지낸 정진섭 변호사가 그룹장을 맡고 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해 이인용 전 국회 사무처 사무차장(차관급)을, 법무법인 동인은 2017년 국회 개헌특별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낸 여운국 변호사를 법제컨설팅팀에 영입했다.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의 인기도 올라가고 있다. GR그룹은 10여 년간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활동해온 김용균 행정사를 올초 스카우트했다. 국회 관계자는 “입법 과정에 밝고 인맥이 넓은 베테랑 보좌관들의 몸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의원입법이 급증하면서 기업들의 규제 대응 움직임도 정부에서 국회로 옮겨가고 있다. 송웅순 세종 변호사는 “의원입법은 규제영향분석을 받지 않아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내는 일이 많다”며 “그만큼 대관 업무 수요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입법 로비전 역시 치열해지고 있다. 법무법인 바른은 중견기업연합회를 대리해 상속·증여세법 개편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 가업상속을 원활히 하는 데 필요한 법 개정을 유도하기 위해 주요 논리를 제공하는 역할이다.
국정감사에서 기업인을 대상으로 한 출석 요청이 늘어나는 것도 대국회 업무가 중요해지는 요인이다. 세종은 국정감사의 기업인 증인 채택 및 신문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국정감사·조사 자문팀’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국감 기본 대응 방안에서부터 예상 질의, 국회의원의 의혹 제기 및 해명자료 작성, 국회 고발에 대한 대응까지 종합적인 자문을 담당한다. 백대용 세종 변호사는 “국감 증인 채택이 전방위적으로 늘면서 다국적 기업도 로펌을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대국회 업무는 대관 업무 중에서도 난도가 높은 분야로 꼽힌다. 유욱 태평양 변호사는 “대정부 업무는 담당 공무원이 정해져 있지만 국회는 각 상임위원회와 법안소위 등 단계마다 의원을 따로 상대해야 하고, 정치 상황에 따른 변수도 많다”며 “기업이 독자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분야”라고 설명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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