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지휘권 폐지 등 큰 틀에서 다르지 않아 文 반대
文, 용퇴보다 국민 설득 총력
[ 안대규 기자 ] 수사권 조정에 반발해 해외 순방 일정을 중단하고 귀국한 문무일 검찰총장(사진)이 연휴가 끝나는 대로 대국민 설득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기존 여야 4당이 합의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 수사권 조정안이 아닌, 다소 검찰을 배려한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 법안 내용이 반영되도록 하겠다며 검찰 달래기에 나섰다. 하지만 문 총장은 이 안에 대해서도 반대하고 있어 수사권 조정안을 둘러싼 검찰과 법무부의 갈등도 커질 전망이다.
문 총장, 대국민 설득 나서기로
5일 검찰에 따르면 지난 4일 급거 귀국한 문 총장은 조만간 대국민 선언 형식의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7일 대검찰청 간부회의를 소집해 검찰 내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문 총장은 사표 등 강경 대응보다는 국민 앞에 검찰 입장을 호소하는 여론전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는 4일 귀국 직후 공항에서도 “(향후 논의를) 긴박하게 하지는 않겠다”고 강조했다. 또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검찰에 비판적인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서도 “옳은 말씀이시고 나름의 사정이 있을 것”이라며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이날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빈틈이 생기는 경우가 없어야 한다”며 “국가의 수사 권능 작용에 혼선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명분으로 향후 정치권의 반대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 백혜련 의원안도 반대
법무부는 3일 “국회에서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백혜련 의원안이 반영되도록 적극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백 의원안은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 ‘경찰에 1차 수사 종결권 부여’ 등의 기조를 유지했다는 점에서 지난달 처리된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과 큰 틀에서 다르지 않다.
다만 검사의 보완 수사 요구에 대해선 “경찰은 지체 없이 이행해야 한다”고 규정해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경찰이 이행해야 한다”는 패스트트랙 법안보다 검찰의 권한을 강화했다. 또 불기소 시 경찰이 검찰에 송부해야 하는 수사기록에 대해서도 패스트트랙 법안처럼 ‘60일 내 경찰에 반환해야 한다’는 제한이 없다.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제한’ 규정도 없다. 피의자신문조서란 검찰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와의 문답 과정을 정리한 것으로, 경찰 조서와 달리 법정에서 증거로 효력을 발휘했다. 이번 패스트트랙 법안에서는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제한했다. 법무부가 여야 4당이 합의한 내용이 아닌 백 의원안을 지지하기로 한 것은 검찰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문 총장은 백 의원안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총장은 지난해 12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출석해 검찰이 백 의원안에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실효적 자치경찰제 도입, 정보 경찰의 분리와 연계해 (검경수사권 조정을) 추진해야 한다”며 “검찰 개혁이 사법경찰을 사법적 통제로부터 이탈시키자는 논의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수사권 조정에 대한 검찰과 법무부의 견해차가 커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작년 11월 정부의 검경수사권 조정안이 법 조문화 작업을 거치는 동안 문무일 검찰총장의 의견을 묻지 않아 ‘검찰 패싱’ 논란을 일으켰다. 법무부는 윤대진 검찰국장을 필두로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일정부분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박 장관이 실효성 있는 자치경찰제 시행과 정보경찰 분리를 약속해 검찰도 수사권 조정을 받아들인 것”이라며 “박 장관이 약속을 안 지키고 수사권 조정만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총장은 지난 4일 귀국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전날 시대착오적이라는 문제점을 언급하며 문 총장을 지적한 것에 대해 “조만간 상세하게 차분히 말씀드릴 기회를 갖도록 하겠다”며 추가 대응할 것임을 시사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수사를 하는 검찰총장은 법무행정을 담당하는 법무부 장관과 역할이 다른데, 여전히 법무부 장관을 상급기관으로 보고 대응하고 있다”며 “탈검찰화를 부르짓는 행정관청인 법무부가 인사를 무기로 검찰을 놓지 않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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