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두현 기자 ] “네덜란드 성인 6822명을 22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동물성 단백질이 당뇨병 발생률을 30% 이상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 국제 의학지에 발표된 논문의 주요 내용이다. 2016년 50여 만 명을 대상으로 한 메타분석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이와 달리 식물성 단백질은 당뇨병 위험을 낮추고 예방효과까지 뛰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식물성 단백질로 고기를 만드는 대체육류산업이 각광받고 있다. 선두 기업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2009년 창업한 비욘드미트다. 이 회사는 콩, 버섯 등에서 추출한 단백질 성분으로 식물성 고기를 개발했다. 붉은 채소 비트를 이용해 고기의 핏빛도 구현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진짜 고기의 맛과 질감이었다”며 거액을 투자했다.
비욘드미트의 경쟁 기업인 임파서블푸드는 유전자 변형 누룩을 활용해 식물성 패티를 선보인 실리콘밸리 기업이다. 2011년 창업 이후 거대 햄버거 업체인 버거킹과 손잡고 ‘임파서블 와퍼’를 내놓는 등 외연을 넓히고 있다.
대체육류의 초기 제품은 대부분 콩을 갈아 굳힌 ‘콩고기’였다. 최근에는 식물성 단백질로 근섬유(고기 표면의 결)와 비슷한 물성을 내는 데 성공했다. 아미노산과 염류 등을 함유한 효모로 감칠맛을 더하고, 식물성 오일로 육즙까지 재현했다. 콩 대신 밀의 글루텐 단백질을 사용해 쫄깃한 식감을 최대한 살린 제품도 등장했다.
대체육류의 또 다른 장점은 동물 단백질 속의 항생제나 호르몬제, 몸에 나쁜 콜레스테롤이 없다는 것이다. 초창기 ‘가짜 고기’라며 거부감을 보이던 사람들이 이제는 대체육류를 ‘대안고기’ ‘건강고기’ ‘대체육’이라고 부르며 인식을 바꾸고 있다. 한국에는 지난 3월 비욘드미트 제품이 수입됐다. 롯데푸드 등 국내 기업들도 경쟁에 나서고 있다.
대체육류 기업은 시장에서 식품업체가 아니라 첨단 벤처기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인류의 ‘육식 역사’를 뒤집으면서 바이오 기술 혁신까지 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욘드미트는 지난 2일 나스닥 상장 첫날 공모가(25달러)보다 40.75달러 높은 65.75달러를 기록하며 뉴욕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오래전부터 콩 두부 된장 등 식물성 단백질을 즐겨온 우리나라에서도 곧 세계적인 대체육류 기업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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