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원순 기자 ] 최근 한경에 ‘양포 세무사’라는 신조어가 소개됐다. ‘양도소득세를 포기한 세무사’라는 의미다. 양도세와 관련된 세법이 지나치게 복잡해지면서 세무사 업계에서 나돈 말인데, 그 배경에 쓴웃음이 나온다. 주택의 수·위치·크기, 취득시점과 거주기간, 소유자 나이, 공동소유나 임대등록 여부 등에 따라 양도소득세는 천차만별이 된다. 정부가 부동산 억제대책을 낼 때마다 제재 규정의 가짓수를 늘려왔는데, 양도소득세는 빠질 때가 거의 없었다. 마침내 전문가조차 세금 계산이 힘들게 됐다는 얘기다.
납세자 처지에서는 양도세만 부담되는 게 아니다. 구입할 때 고율의 취득세에 지방교육세·농특세도 따라붙는 게 부동산이다. 올해 급등하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까지 함께 보면 “한국의 주택 보유세 부담이 적다”는 주장이 얼마나 단선적인지 알 수 있다. 단기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세법과 세정을 ‘철퇴’로 동원하는 것도 한국적 행정 전통이 됐다. 그 결과 부동산 관련 세금문제에서는 세무사도 손 드는 경우가 생겨나는 것이다.
‘징벌로서의 세금’이 아니라 나라살림의 기본 재원으로 본다면 역시 법인세·부가가치세·소득세가 3대 축이다. 소득세에는 부동산을 포함한 양도소득세 외에 근로·종합·퇴직소득세도 있다. 세수(稅收) 비중으로는 근로소득세가 압도적이다.
정부의 지난해 ‘국세수입실적’ 통계에 흥미로운 대목이 보인다. 기업이 내는 법인세 세수가 처음으로 부가가치세를 제친 것이다. 법인세 세수는 70조9000억원으로, 70조원인 부가가치세를 넘어섰다. 세수 통계를 낸 1981년 이후 처음이다.
‘반도체 수출 호조 등으로 기업 실적이 좋았다. 부가가치세 증가세가 둔화된 것에서 내수부진이 확인됐다. 정부의 대기업 의존도 낮추기 전략은 실패했다.…’ 이 통계로 여러 측면의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나라살림이 기업에 달렸다는 사실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국가마다 산업구조가 다르고 세법도 제각각이지만, 기업·소득에 대한 과세는 현대 정부의 큰 관심사다.
기업은 법인세와 법인지방소득세 외에 종사자들의 소득세로 이중으로 세금을 낸다. 인상된 법인세율에 따라 올해 기업들은 더 많은 세금을 내게 된다. 최대의 세원(稅源)이면서 좋은 일자리 창출까지, 다 기업 몫이다. 경제가 어려워지고 기업이 이익을 내지 못해 세금도 못 내면 복지든 재정확대든 무슨 돈으로 하나.
‘기업 스스로 수익을 증대시켜 자연히 세금도 더 납부하도록 유도한다’는 명제가 작동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기업을 쥐어짜면 세금은 더 나올 것’이라는 얼치기 위정자들이 계속 나올까 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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