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세페 베르디(1813~1901)는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자주 다뤘다. 그의 오페라 중 적어도 ‘나부코’(1842), ‘포스카리 가문의 두 남자’(1844), ‘루이자 밀러’(1849), ‘리골레토’(1851), ‘시몬 보카네그라’(1857), ‘돈 카를로’(1867)는 명백하게 이 주제를 담은 것이다.
특이하게도 베르디는 자식의 눈으로 부모를 보는 게 아니라 부모의 관점에서 자식을 바라본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두 자식을 유년기에 잃은 죄책감이 발현됐기 때문일 것이란 의견이 많다. 자신의 슬픔을 오페라에 투영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부모 중에서도 어머니보다 아버지의 아픔이 그려진다. 그래서 ‘아버지 베르디(Padre Verdi)’란 표현이 생겨났다. 아버지를 묘사하기 위해 테너 대신 바리톤을 주역급으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베르디 바리톤’ 중 상당수가 아버지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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