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 뉴욕 증시가 하루 늦춰 폭락했습니다.
전일 장 마감 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미·중 양국은 협상에서 실질적 진전을 이뤄왔지만 지난주 중국이 약속 일부를 되돌렸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주말 관세 위협 트윗이 협상카드가 아닌 협상의 실질적 후퇴에 따른 조치라고 밝힌 탓입니다.
이에 따라 협상이 장기화되고 뉴욕 증시가 상당폭 조정받을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이날 ‘신채권왕’으로 통하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 캐피탈 대표와 강세론자인 제러미 시겔 프린스턴대 교수도 상당폭의 하락세를 예상했습니다.
건들락은 C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모두 양보할 뜻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 관세 인상을 실행할 가능성이 50% 이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시겔 교수도 관세를 올리면 뉴욕 증시가 단기적으로 최대 20%까지 폭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 등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이 현실화되면 세계 증시가 도미노처럼 급락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새로운 희망도 보였습니다.
관세 부과가 이뤄지면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해온대로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강해진 겁니다.
관세가 오르면 주요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실물경기가 둔화될 겁니다. 또 관세로 인해 수입 물가가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되면 Fed가 금리를 낮출 것이란 분석입니다.
Fed의 리처드 클라리다 부의장은 이날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현재 금리를 올리거나 내릴 큰 이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Fed는 미국과 중국이 무역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매우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를 뒤집어보면 미중 무역 갈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Fed가 금리를 조정할 수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희망은 이날 장 막판에 나타났습니다. 다우가 650포인트 가량 떨어지던 오후 3시40분께 지수는 수직 반등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런 긍정적 뉴스가 없었지만 매수세가 쏟아졌습니다. 덕분에 다우는 20분 만에 25789.71에서 25965.09까지 쭉 올라 180포인트 가량을 만회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이날 마감된 가격은 25965.09는 이른바 VWAP (Volume Weighted Average Price), 즉 거래량 가중평균 가격이 위치한 선이었습니다.
알고리즘 트레이딩은 시장 가격에 최대한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저가 매수나 고가 매도하는 걸 목표로 하는데, 저가나 고가를 판단하는 선이 바로 VWAP입니다. 즉 알고리즘이 장 막판 가격이 낮다고 판단해 막대한 주문을 내면서 지수를 VWAP선까지 끌어올린 겁니다.
월가에선 알고리즘으로 매수한 주체를 자사주매입 수요로 보고 있습니다.
S&P 500 기업들은 지난 1분기 227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였습니다. 작년 1분기 1430억달러보다도 59% 급증했습니다.
이대로라면 미국 기업들은 올해 지난해 세운 사상 최대 자사주 매입 기록인 1조달러를 경신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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