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착 메모지에 글·그림 출력
소상공인용 라벨 용지도 개발
[ 나수지 기자 ] 정용수 망고슬래브 대표는 2016년 6월께 동료 세 명과 삼성전자를 나와 회사를 차렸다. 사내벤처로 시작해 제작한 소형 프린터기인 ‘네모닉’의 성공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네모닉은 접착식 메모지에 글이나 그림을 출력할 수 있는 소형 프린터기. 감열식 프린터로 잉크없이 인쇄할 수 있다. 가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영수증 프린터기와 비슷한 원리다. 종이가 둘둘 말린 형태의 네모닉 전용 종이 카트리지만 교체하면 된다. 인쇄하면 프린트 안에서 종이를 자르고 접착제가 붙어 나온다.
정 대표는 “회사에 다닐 때 포스트잇에 손글씨로 아이디어나 메모를 적어 전달하는 일이 많았다”며 “접착식 메모지에 손글씨보다는 도표나 글씨를 출력하고 싶어하는 틈새수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직장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엑셀이나 파워포인트에서 메모지 크기에 맞춰 바로 출력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도 개발했다. 용지 크기가 정해진 기존 접착식 메모지와 다르게 네모닉에서 출력하면 용지 길이도 조정할 수 있다. 정 대표는 “네모닉 앱(응용프로그램)을 활용하면 도표나 시간표 등 다양한 양식을 인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네모닉 프린터기는 10만원대 초반, 종이 카트리지는 7000원 안팎에 구매할 수 있다.
애초 타깃은 직장인이었지만 의외의 고객군에서도 반응이 왔다. 틀린 문제를 모아 오답노트를 쓰는 수험생들의 입소문을 타면서다. 오답노트를 만들려면 보통 시험지를 잘라 공책에 붙인다. 문제를 풀었던 흔적은 지워야 한다. 종이를 자르고 붙이는 과정도 번거롭다. 정 대표는 “한 공시생이 휴대폰으로 문제를 찍고 네모닉으로 출력해 오답노트를 만드는데, 시간이 단축돼 만족스럽다는 평가를 보내줬다”며 “여기에서 착안해 오답노트 전용 앱을 개발하는 등 마케팅 포인트를 잡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객군을 넓히기 위해 스티커처럼 떼었다 붙일 수 있는 라벨 용지도 개발했다. 매번 대량으로 스티커를 주문하는 소상공인, 각기 다른 이름을 출력해야 하는 행사 기획 업체 등 스티커 프린터기를 필요로 하는 곳은 많다.
망고슬래브는 라벨식 카트리지를 오는 9월부터 판매할 계획이다.
소상공인들에게 꼭 필요한 기계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업종별 소프트웨어도 개발 중이다. 가령 꽃집이라면 꽃다발에 붙일 스티커에 날짜, 주문자명, 메시지 등을 자동으로 네모닉에서 출력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식이다. 정 대표는 “업종별로 종사자들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스티커 솔루션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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