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국내 금융상황의 완화 정도가 2017년 3분기를 정점으로 축소됐다고 분석했다. 실물경제 성장을 자극할 정도로 완화적 기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수준은 줄어들었다는 진단이다. 한은은 성장과 물가가 예상경로에 부합하는지를 점검하며 완화적 통화 정책 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한은은 9일 국회에 제출한 5월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새 금융상황지수(FCI·Financial Conditions Index) 추정 결과를 소개하며 이 같이 밝혔다. 통화신용정책보고서는 한은의 통화신용정책 여건과 운용 방향을 담은 것이다.
FCI란 금융상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주요 금융변수를 골라 산출하는 정책판단 참고지표다. 한은은 2014년부터 50개 금융변수에서 주성분을 추출하는 방식으로 FCI를 추정해 내부 참고지표로 활용했다. 최근 금융여건 변화를 반영해 이번에 개편된 지표는 단기금리·환율·주가·주택가격·장단기 금리 차(기간 스프레드)·리스크 프리미엄(회사채 가산금리) 등 6개 금융변수와 실물변수로 구성된 구조 모형을 통해 산출했다. 금융상황이 실물경제를 부양할 수 있는 수준으로 완화적일 경우 플러스(+)를 기록하고, 긴축적일 경우 마이너스(-)로 나타난다.
새 지수에 따르면 2000년 이후 한국에서는 총 4번의 금융완화기가 나타났다. 지수 상승 시 국내총생산(GDP)갭이 상승하는 총수요 확장 효과가 3분기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에는 2017년 3분기 1.02로 정점을 기록한 후 지난해 4분기 0.65까지 하락해 금융상황의 완화 정도가 다소 축소됐으나 완화 기조는 지속되고 있다"며 "완화 정도 축소는 금리 인상과 증시 조정을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2017년 11월과 2018년 11월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인상해 현재 연 1.75%로 유지하고 있다.
한은은 통화정책 방향의 큰 기조를 올해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올 들어 동결한 상태인 연 1.75% 기준금리가 완화적 수준이고, 향후 성장과 물가, 금융안정을 유의하며 정책을 운영한다는 입장이다.
한은은 "대내외 불확실성 요인의 추이와 영향을 고려해 성장과 물가가 예상경로에 부합해 가는지 면밀히 점검하겠다"며 "금융안정에도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영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는 성장과 물가가 연이어 4번이나 내려잡은 한은의 목표치(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 2.5%·소비자물가 상승률 1.1%)에 미달할 것이란 시장의 우려 속 실물경기에 대해 무게를 실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세계 교역 여건,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 금융불균형 위험 등을 기준금리 결정의 주요변수로 꼽았다.
한은은 "향후 성장경로에는 정부대책에 따른 내수여건 개선 등 상방리스크와 글로벌 무역분쟁 심화, 반도체 수요 회복 지연 등 하방리스크가 혼재하고 있어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면서도 "국내 경제는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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