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탄도미사일이면 안보리 결의 위반 소지…北에 경고하고 싶다"

입력 2019-05-09 22:20   수정 2019-05-10 13:23

文대통령 취임 2주년 대담

北 도발 거듭되면 대화와 협상국면 어렵게 만들 수 있어
해법은 美·北협상…北, 불만 있다면 대화의 장서 밝혀야



[ 박재원/임도원/김소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취임 2주년 대담에서 90분간 정치·외교·경제 분야에 대한 의중을 소상히 밝혔다. 이날 대담을 불과 4시간여 앞두고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 소식이 전해지면서 “행사가 취소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았으나 문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예정대로 청와대 상춘재에서 대담이 이뤄졌다.


北 미사일 도발

대담을 시작하기 네 시간여 전 북한이 예고 없이 쏘아올린 단거리 미사일 탓에 대담 초반은 북한 관련 현안이 주를 이뤘다. 문 대통령은 “오늘은 고도가 낮았지만 사거리가 길었기 때문에 미사일로 추정한 것”이라며 “비록 단거리라 할지라도 탄도미사일일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 소지가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 4일 북한의 첫 발사를 두고 ‘미사일’이 아니라 ‘발사체’로 규정하며 차분하게 대응하던 것과 상당한 온도차다. 남북한이 맺은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이번 북한의 발사는 그 자체로 남북 군사합의 위반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면서도 “어쨌든 북한의 이런 행위가 거듭된다면 대화와 협상 국면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북한에 경고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1주일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두 번째 발사를 단행한 배경과 관련, “베트남 하노이 회담이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끝난 데 대해 불만이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비핵화 대화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고자 하는 압박의 성격도 담겼다”고 했다. 다만 “과거에는 발사를 하면 굉장히 허세를 부리는 행동을 했다”며 대화의 판을 깨지 않으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던 대북 식량 지원 문제는 여론을 살피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 간에 식량 지원을 합의한 것이 발사 이전인데, 그 이후 또다시 발사가 있었기 때문에 국민적 공감과 지지, 여야 정치권의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물러섰다.


"패스트트랙 국면 답답…여야정 협의체 열자"

국회 정상화 해법

문 대통령은 꽉 막힌 국내 정치에 대해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며 여·야·정 협의체를 열어 현안을 논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의견 차가 첨예한 사안을 두고 마주 앉기 힘들다면 대북 식량 지원 등의 현안을 놓고 ‘우선 만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좌파 독재’라며 문 대통령을 향해 날선 비판을 이어오고 있는 야당을 향해선 “뭐라 말씀드릴지 모르겠다”며 난색을 표했다.

문 대통령은 선거제 개편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도입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과 관련한 여야 갈등에 대해 “국민 입장에서는 참 답답한 국면”이라며 “민생 부담도 있고, 추가경정예산 논의도 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패스트트랙은 다수 의석이 독주하지 못하게 하고 야당이 물리적으로 저지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라며 “국회선진화법에서 정한 방법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사회원로와의 간담회에서 ‘선(先) 적폐 청산, 후(後) 협치’ 원칙을 밝혔다는 보도에 대해 “그렇게 말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다만 “국정농단이나 사법농단이 사실이라면 심각한 헌법 파괴적 일이라 타협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인사실패 동의하지 않아…임명된 장관들 잘하고 있다"

검찰 개혁·인사 검증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을 놓고 반발하고 있는 검찰을 향해 “공수처도, 수사권 조정도 검찰이 사정기구로서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해 개혁 방안으로서 논의되는 것”이라며 “검찰 스스로 개혁할 많은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검찰이 개혁의 당사자고, 셀프개혁은 안 된다’는 게 국민의 보편적 생각인 만큼 검찰이 더 겸허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문 대통령은 패스트트랙을 통한 공수처 설치 법안 논의에 대해 “패스트트랙은 법안 통과가 아니라 법안 상정”이라며 “국회에서 두루 여론 수렴 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거취에 관해서는 “조 수석에게 정치를 권유할 생각이 전혀 없다”면서도 “법제화 과정까지 성공적으로 마쳐주기 바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인사 실패’ ‘인사 참사’라는 표현을 두고 동의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그 자체로 검증 실패라고 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되레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채 임명된 장관에게도 좋은 평이 많다”며 “청와대 추천이 문제인가, 인사청문회가 문제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현 인사청문회 제도에 대한 불만도 강하게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흠결이 없는 분도 청문회 자리에 서기 싫어하고, 가족이 도마에 오르기 때문에 고사하는 실정”이라며 “인사청문 과정이 너무 정쟁으로, 흠결만 가지고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 밖에도 총선을 1년여 앞둔 상황에서 “국무총리를 비롯해 장관들이 선거에 나갈 생각이 있다면, 임박해서가 아니라 충분히 (시간적인) 여유를 두고 의사를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박재원/임도원/김소현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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