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에 '국회 복귀' 손짓
한국당 요구 반영하는 與
이번주가 국회 정상화 분수령
[ 김우섭/고은이 기자 ] 정부·여당이 자유한국당의 국회 복귀를 위해 추가경정예산안을 수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강원 지역 산불과 포항 지진 대책 예산은 대폭 늘리고, 6조7000억원인 추경 예산안 총액은 줄이는 게 핵심이다. 재해 예산만 추경에 포함해야 한다는 한국당을 설득하기 위해 내놓은 절충안이다.
“한국당 요구에 맞게 수정 가능” 손짓
12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에 따르면 여당은 지난달 국회에 제출된 추경안을 심사 과정에서 일부 수정할 계획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현재 대략적인 총액 규모만 발표된 강원 산불 예산이 대폭 늘어날 전망”이라며 “포항 지진 관련 예산도 한국당의 요구에 맞게 증액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안에 따르면 강원 산불 복구 관련 예산은 인력과 장비 확충 등에 940억원이 배정됐다. 세부 예산 편성 방향은 “4월 말 복구 계획 확정 시 국회 심사 과정에서 반영할 계획”이라고 명시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산불 피해 규모와 필요 예산 규모가 이달 결정되면 심사 과정에서 예산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그동안 강원 산불 피해 예산의 증액을 요구해왔다. 한국당 원내대변인이자 피해 지역(속초·고성·양양)을 지역구로 둔 이양수 의원은 지난 7일 이재민들에게 주택 복구 비용의 70%를 국고로 지원하는 내용의 특별법 법안을 발의했다.
1131억원이 책정된 포항 지진 관련 예산도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포항 지진 관련 예산 등에서 한국당의 요구 사항이 있다면 추경 논의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포항이 지역구인 김정재 한국당 의원도 9일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나 “포항 지진 특별법을 5월이든 6월이든 논의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추경 총액은 대폭 감축
총 6조7000억원 규모인 추경 예산안은 6조5000억원 이하로 줄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재해 관련 예산만 통과시켜야 한다”는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입장을 반영해 재해 복구에 관련되지 않은 예산 규모를 대폭 줄이는 것이다. 민주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강원 산불과 포항 지진 예산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추경 총액을 줄이려면 다른 사업에서 상당한 규모의 삭감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 원내대표도 10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야당이 ‘재해 추경 플러스 알파(+α)’로 나오면 서로 접점을 찾아 얘기를 시작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며 국회 정상화를 위한 손짓을 보냈다.
한국당은 추경안 수정을 통한 국회 복귀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양석 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백지화나 패스트트랙과 관련한 민주당의 고소·고발이 취하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벌써부터 추경안 수정을 논의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추경호 한국당 의원도 “과거 방식대로 예산 규모 조정을 통한 협상으론 국회 복귀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여당은 추경안과 함께 ‘여·야·정 협의체’ 재개가 한국당 복귀의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 의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형태로든 대화를 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며 “(협의체에서) 한국당이 원하는 의제 모두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정·청 “추경안 이달 안 처리”
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이날 서울 삼청동 국무총리공관에서 고위 당·정·청 협의회를 열고 추경안을 여야 합의로 이달 안에 처리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추경 심사가 시급한 만큼 이낙연 국무총리의 추경 관련 국회 시정연설도 이번주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당·정·청은 또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최저임금법 개정안, 빅데이터 3법 등 민생 관련 법안도 5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추경안과 민생 법안 처리를 위해선 한국당의 조속한 국회 복귀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의 국회 복귀는 이번주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원욱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13일 한국당과 본격적인 세부 의견 조율에 나설 예정이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 39주년 기념식이 열리는 오는 18일엔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광주 방문이 예정돼 있어 이를 계기로 여야가 대화의 물꼬를 틀 가능성이 있다. 이 수석부대표는 “한국당이 단기간 내에 국회로 돌아오긴 쉽지 않아 설득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우섭/고은이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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