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진, 7언더파 '무결점 버디쇼'…미완의 천재, '여왕'으로 거듭나다

입력 2019-05-12 16:29  

KLPGA투어 NH투자증권레이디스챔피언십 우승

3타 차로 장하나 따돌리고
벌써 시즌 2승 '첫 다승자'
상금랭킹도 1위로 올라서



[ 조희찬 기자 ] 최혜진은 아마추어 자격으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우승하는 등 프로 무대에 얼굴을 내민 순간부터 ‘괴물 신인’ ‘골프 천재’로 불렸다. 김효주, 전인지, 박성현, 이정은으로 이어지는 KLPGA투어 스타 계보를 이을 1순위로 꼽혔다. 프로 첫해인 지난해 2승을 거두고 신인상과 대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투어를 압도할 것이라는 주변의 기대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롱 게임, 쇼트 게임 등 어느 하나 부족하지 않았지만 상대를 압도할 카리스마나 경험에선 여전히 2%가 부족했다.

지난달 28일 막을 내린 KLPGA 챔피언십 18번홀이 대표적 장면이었다. 그는 많은 갤러리 앞에서 긴장한 듯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는 약 1m짜리 파 퍼트를 놓쳤고 연장전으로 끌려갔다. 결국 우승했지만 불필요한 연장 승부였다.

12일 경기 용인 수원CC 뉴코스(파72·6559야드)에서 열린 KLPGA투어 NH투자증권레이디스챔피언십(총상금 7억원)은 ‘완성형 선수’로 거듭난 최혜진을 스스로 증명한 무대였다. 그는 이날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잡아 7언더파 65타를 적어냈다. 최종합계 15언더파 201타를 기록한 최혜진은 장하나를 3타 차로 제압하고 시즌 2승, 통산 6승째를 신고했다. 참가대회 연속 우승, 올 시즌 첫 다승자라는 기록도 세웠다. 최혜진은 KLPGA챔피언십 이후 2주 만에 대회에 출전했다. 그는 “예전에는 같이 치는 선수가 버디를 하고 추격해오면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며 “이번 대회에선 정말 주변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상대가 버디를 하면 ‘버디를 했구나’ 하고 지나쳤고 내 경기에만 집중하려 노력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상금랭킹 1위로 도약

우승상금 1억4000만원을 더한 최혜진은 시즌 총상금을 3억7104만원으로 끌어올려 박소연을 밀어내고 이 부문 1위가 됐다. 대상포인트에서도 50점을 보태 김아림(145점)에 3점 뒤진 3위로 올라섰다.

상승기류를 탄 최혜진의 질주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제 시즌 초반인 만큼 아직 20개 넘는 대회가 남아 있다. 박성현이 보유하고 있는 단일시즌 상금 최고액(2016시즌·13억3309만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예상도 조심스레 나온다.

돌발변수에도 흔들림 없는 ‘무심 멘탈’

이날 경기에선 최혜진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한 여러 장면이 초반부터 연출됐다. 3번홀(파3)에선 그린 위에 먼저 올려 놓은 공을 뒤에서 친 장하나가 맞혔다. 규정에 따라 최혜진은 원래 있던 자리로 공을 옮겨야 했다. 정확한 원래 위치를 찾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됐다. 감을 잃을 뻔했던 최혜진은 그러나 흔들리지 않고 약 2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다. 바로 이어진 4번홀(파5)에서도 실수가 있었다. 홀에서 약 40m 떨어진 곳에서 시도한 세 번째 샷이 부정확하게 맞아 홀에서 약 7m 지점에 떨어진 것이다. 하지만 천천히 그린 경사를 살피던 최혜진은 기어코 이 버디 퍼트를 홀에 밀어 넣었다. 이후 5개의 버디를 더 추가하는 ‘버디쇼’를 펼치면서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했다. 흠집 없는 ‘무결점’ 플레이였다. 경쟁자들의 추격은 보이지 않았다.

시즌 첫 승에 도전한 장하나가 이날 4타를 덜어내 12언더파 준우승을 차지했다. 올 시즌 최고 성적이다. 지난해 8월 이후 9개월 만에 한국을 찾은 김효주는 11언더파 3위에 오르며 ‘클래스’를 입증했다. 2016년 3월 월드레이디스챔피언십 이후 처음으로 우승을 노크한 이정민은 10언더파 4위를 기록해 최근의 상승기류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신인상 레이스 1위 조아연은 2타를 잃고 4언더파 공동 22위로 내려갔다.

용인=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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