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한·중 수출 경합관계 및 경쟁력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시장에서 중국의 직접적 위협을 받는 한국 제품 비중이 31.1%, 부분적 위협 비중은 11.4%로 집계됐다. ‘중국 위협’ 품목이 총 42.5%에 달한다는 계산이다. 연구원이 유엔 국제무역 통계인 ‘유엔 컴트레이드’ 2017년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중국산 제품의 점유율이 확대돼 한국산 입지가 좁아지면 직접적 위협, 중국산 점유율이 한국산보다 빠르게 늘면 부분적 위협으로 분류했다.
중국의 직접적 위협이 가장 큰 품목은 석유제품이었다. 전체 석유제품 수출 시장의 95.1%에서 한국산 점유율이 중국산에 밀렸다. 다음으로 직접적 위협이 큰 품목은 디스플레이(84.4%) 자동차(56.7%) 섬유류(54.8%) 기계류(40.1%) 등 순이었다.
한·중 간 경쟁 정도를 측정하는 수출경합도(ESI)지수도 상승세다. 2007년 0.36에서 2016년 0.39로 줄곧 뛰었다. 다만 2017년에는 중국과 경쟁하지 않는 한국산 메모리 반도체 수출이 급증하면서 ESI지수가 10년 전 수준(0.36)으로 돌아갔다. ESI는 1에 가까울수록 수출 구조가 비슷해 경쟁 관계에 있다는 뜻이다. ESI지수 0.36은 한·중 수출 품목 중 최소 37%가 겹친다는 얘기다.
중국과의 경쟁이 치열해진 이유는 중국 정부가 수출 구조를 기술집약형으로 적극 전환하고 있어서다. 정보통신기술(ICT)의 경합이 늘어난 게 대표적인 예다. 중국은 중형차와 자동차부품 부문에서도 점유율을 꾸준히 늘려 왔다.
신현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반도체와 컴퓨터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산업에서 중국 제품이 한국산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며 “확고한 경쟁력을 보유한 품목은 기술우위를 강화하되, 경쟁력이 떨어지는 제품은 중국이 집중 육성하는 산업 부품을 적기 공급하는 편승·분업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대(對)중국 수출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을 별도로 추진하기로 했다. 중국 쏠림 현상이 심하다는 판단에서다. 중국은 작년 한국 수출의 26.8%를 차지했던 1위 시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수출이 더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며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수출을 확대하고 중국과 미국 비중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출업계와 협의해 오는 7월 종합적인 시장 다변화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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