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한·미 동맹 굳건한 상징은 기업"

입력 2019-05-12 17:40  

고두현 논설위원


[ 고두현 기자 ] 미국은 가장 많은 나라와 동맹을 맺고 있다. 1급 동맹은 ‘파이브 아이즈(five eyes·5개의 눈)’로 불리는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와의 안보공동체다. 2급 동맹은 프랑스·독일·한국·일본 등 20여 개국과 맺고 있다. 한국의 동맹국은 미국뿐이다. 6·25 휴전 때인 1953년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게 전부다.

이 조약은 특이하다. 강대국보다 약소국에 더 유리하게 돼 있다. 그 덕분에 한국은 안보에 소모할 에너지를 아껴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한·미 동맹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세력 균형을 위한 안전장치 역할까지 하고 있다.

동맹의 뿌리가 흔들린 적도 있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조약을 파기하고 주한미군 철수를 강행하려 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와 국민들은 확고한 신뢰로 동맹 지지 의사를 밝혔다. 미국 의회와 군부도 철군에 반대했다. 그 과정에서 양국 기업인들이 윤활유 역할을 하며 동맹을 더 강하게 다졌다.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의 재임 중 두 차례 한국 국회 연설도 ‘재계 친구들’이 다리를 놓은 결과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한·미 동맹은 대한민국의 운명”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외환위기를 극복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양국 기업인 협의체인 한미재계회의의 글로벌 경제협력 모델을 기반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타결했다.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루이지애나주에서 열린 롯데케미칼의 대규모 석유화학단지 준공식 축사에서 “이 공장은 미국과 한국의 승리이자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축구장 152개 크기에 31억달러(약 3조6000억원)를 투입한 이 공장은 한국 기업이 미국에 지은 화학공장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준공식에 참석한 이낙연 국무총리는 “한·미 동맹의 토대 위에서 한국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발전시켰다”며 “이 공장이 한·미 동맹의 증거라면 이 공장의 발전은 한·미 동맹의 발전을 증명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양국의 정치 상황이 변하더라도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일자리를 늘리면 동맹이 약화될 일은 없다.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있지만, 한반도 문제에 관한 한 당을 초월해 지지하고 있어 양국 동맹은 굳건해 보인다.

그러나 한·미 동맹은 군사동맹이다. 연합훈련이 중단되면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조약 6조(‘어느 당사국이든지 통고 1년 후에 조약을 종지(終止)시킬 수 있다’)에서 보듯 동맹의 가치가 없으면 언제든 폐기될 수 있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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