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시대 오프라인매장 생존은
다양한 소비자 경험 제공이 필수
IT는 경험 증가의 효과적 수단
‘아마존 공포종목지수’는 아마존의 성장으로 위기에 처한 상장기업의 주가를 지수화한 것이다. 1995년 종이책의 온라인 판매로 급성장한 아마존의 진출 소식만으로도 경쟁 기업 주가가 떨어졌다. 이에 착안해 미국의 투자정보회사 베스포크 인베스트먼트그룹은 아마존의 약진으로 실적 악화가 예상되는 소매 관련 기업 54개 주가를 지수로 만들었다. 최근 2년간 미국 전역에서 약 7000개의 오프라인 매장이 문을 닫았다는 통계 역시 아마존의 성장과 무관하지 않다.
소비자 경험을 판매하는 기업들
아마존의 진격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 매장 중심의 전략으로 아마존에 맞서는 기업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제품이 아니라 제품이 주는 경험을 판매함으로써 아마존과의 차별화를 시도한다. 애플과 스타벅스는 잘 알려진 사례다. 최근 애플의 오프라인 매장인 ‘애플 스토어’에서는 스토어라는 단어가 사라졌다. ‘애플 스토어 가로수길’이 아니라 ‘애플 가로수길’이 공식 명칭이다. 이런 시도는 애플의 오프라인 매장이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거점이 아니라 판매 이상을 경험할 수 있는 장소임을 알리기 위함이다. 실제 애플 오프라인 매장의 차별점은 초기부터 ‘지니어 바’라 불리는 기술 지원 코너에 있었다. 해당 코너에서는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궁금증을 해결하고, 실제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런 시도로 애플은 미국 내에서 매장 면적당 매출이 5546달러로 가장 많은 기업으로 기록되고 있다.
전면 금연과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를 가장 먼저 도입한 스타벅스의 전략도 이와 비슷하다. 회전율을 높이고 원가를 절감해야 한다는 요식업계의 원칙과는 반대 전략을 통해 소비자가 매장에 장시간 머물 수 있도록 노력했다. 커피가 아니라 커피로 인한 경험을 제공하려는 전략이다. 더 많은 사람이 더 자주 스타벅스 매장을 찾았고, 이는 스타벅스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시애틀을 시작으로 문을 연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도 같은 전략이다. 희소한 커피콩을 다양한 방법으로 내린 커피를 제공함으로써 스타벅스가 아니면 줄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IT를 활용한 소비자 공감
애플, 스타벅스 외에도 많은 기업이 소비자 경험의 가치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임대료가 비싸기로 유명한 뉴욕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개장했다. 나이키 매장은 무려 6층으로 이뤄졌다. 엄청난 규모의 매장 안에는 실제 크기의 절반만 한 농구 코트와 잔디 구장 등을 설치해 운동화나 스파이크를 실제로 신고 활동할 수 있도록 했다. 농구화를 신고 실제로 점프를 해보거나, 달리는 모습을 촬영해 전문 스태프의 자세 교정 상담을 받는 일은 온라인에서는 제공할 수 없는 경험이다.
정보기술(IT)은 소비자의 구매 경험을 높일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인 자라와 레베카밍코프는 IC태그를 활용한 추천시스템으로 소비자와의 공감에 성공했다. 상품에 부착된 IC태그를 스캔하면 해당 상품과 코디하기 좋은 다른 상품이 ‘스마트 미러’라고 불리는 피팅룸 거울에 나타난다. 이뿐만 아니라 일본 도쿄 롯폰기힐스에 있는 자라 매장에서는 해당 상품을 스캔하고 ‘입어보기’를 예약하면 피팅룸에 지정한 사이즈와 색깔의 옷이 준비된다. 아무리 혼잡하더라도 입어보기 위해 줄서서 기다릴 필요가 없다. IC태그 방식으로 레베카밍코프의 매출은 세 배 이상 늘었고, 피팅룸 거울에서 추천을 받은 소비자의 30%가 다른 상품을 추가 구입했다. 또한 이는 데이터 수집에도 큰 기여를 했다. 추천받은 상품 가운데 어떤 상품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는지 혹은 그렇지 못했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어 향후 예측 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었다.
소비자 경험을 통한 오프라인 매출 증가
《데스 바이 아마존》의 저자인 시로타 마코토는 뉴욕에 대형 매장을 세우고 소비자 체험을 위한 투자가 불필요한 비용이라는 생각은 매우 단편적인 관점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이 주는 경험을 ‘소비자 길들이기’라고 표현한다. 소비자 경험을 위한 투자는 해당 브랜드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좋은 경험에 길들여진 소비자는 결국 해당 상품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소설가 생텍쥐페리는 그의 대표작 《어린왕자》에서 ‘길들인다는 것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소비자 경험을 통해 맺어진 소비자와 상품의 관계는 결국 소비자의 순만족으로 이어진다. 소비자가 얻는 총만족에서 치르는 대가를 제외하고 얻어지는 소비자의 순만족(소비자잉여)은 치르는 대가(가격)를 낮춰서도 높일 수 있지만, 소비자가 얻는 만족을 높여서도 확보할 수 있다. IT 세상에서도 여전히 소비자 경험을 중심으로 한 오프라인 전략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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