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스타트업 뺨치는 LG CNS의 파격 인사시스템

입력 2019-05-13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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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역량 높은 직원, 연봉 더 받는다"

'기술역량 레벨' 평가
기술력 등 업무 능력 계량화
연봉 결정·인사 평가에 적용



[ 김주완 기자 ] 말단 직원이 부장보다 연봉을 더 받을 수 있을까.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서나 가능한 파격적인 급여체계다. 국내 정보기술(IT) 대기업인 LG CNS가 이 같은 인사·급여제도를 도입했다.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기술역량 레벨’ 평가제도다.


업무 능력에 따라 연봉 책정

13일 IT업계에 따르면 시스템통합(SI) 업체인 LG CNS는 올해부터 직원들의 연봉 인상률 산정 시 기술역량 레벨을 50% 반영한다. 2021년부터는 100% 적용할 계획이다.

직급과 무관하게 기술역량 레벨에 따라 연봉 인상률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업무 능력이 뛰어난 1년차도 연봉이 10% 이상 오를 수 있는 반면, 25년차 부장의 연봉은 동결될 수도 있다. 근속연수에 따라 급여가 매년 자동으로 많아지는 호봉제를 깨뜨리는 방식이다. 기술역량 레벨 평가제도가 정착되면 일반사원의 연봉이 관리직 부장의 연봉을 따라잡는 사례도 생기게 된다.

정조원 한국경제연구원 고용복지팀장은 “국내에서는 보기 어려운 인사평가 체계”라고 평가했다.

LG CNS는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기술인증시험, 산업역량, 공통역량을 종합 평가해 기술역량 레벨을 매긴다. 임원들로 구성한 기술평가위원회에서 산정한다. 기술인증시험은 빠르고 깊이 있는 현장상황 이해, 다양한 분석이론에 대한 지식, 차선책을 찾기 위한 창의성 등을 고려해 사내에서 직접 출제한다.

예를 들어 홈쇼핑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실제 상황을 제시하고 고객사의 요구에 따라 어떻게 처리할지 묻는다. 실무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직원들이 직접 출제한 문제도 반영한다. 새로운 기술 습득 수준을 높인다는 취지에서 신기술 관련 문제 비중은 20% 정도로 설정했다.

고객사 의견까지 반영

산업역량과 공통역량 평가 때는 시험으로 놓치기 쉬운 직원의 정성적 요소도 따진다. 산업역량은 팀장급이 고객사 등의 의견을 듣고 산정하는 현장평가에 가깝다. 공통역량은 직원의 의사소통 능력 등 기본소양을 평가한다. 다만 맡는 업무에 따라 기술인증시험, 산업역량, 공통역량의 비중이 다르다. IT가 핵심인 부서의 직원은 기술시험 비중이 80% 이상이다.

LG CNS 관계자는 “기술역량 레벨은 인사평가에도 적용한다”고 밝혔다. 그는 “연차에 상관없이 모든 직원이 승진 대상자가 된다”며 “기술역량 레벨이 높으면 바로 승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일정 기간 근속연수를 채워야 승진이 가능했다. LG CNS는 기술역량 레벨의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은 직원을 대상으로 추가 검증(기술리더십 평가)을 통해 최고기술전문가(테크 마이스터) 자격을 부여하기로 했다. 최고기술전문가는 매월 추가 수당을 받는 등 사내에서 최고 대우를 받는다.

인력 단가 책정에도 반영

LG CNS는 기술역량 레벨 평가제도가 안착하면 임금피크제와 정년제가 사실상 폐지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도 기술역량 레벨에 따라 연봉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업무능력이 뛰어나 기술역량 레벨이 높을 경우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라 줄어드는 임금을 보상받을 수 있다. LG CNS는 만 58세 직원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고 있다. 기술역량 레벨만 높다면 정년(60세)이 지나도 별도 계약을 맺어 계속 근무할 수 있다.

기술역량 레벨은 외부 프로젝트 수주 시 투입하는 서비스 인력 단가에도 반영된다. 국내 IT 서비스업체 상당수는 투입인력의 연차, 직급을 따져 사업비를 산정해 제시한다. 고객사로서는 IT 서비스기업이 제공하는 인력의 능력과 상관없이 연차나 직급이 높다는 이유로 높은 비용을 지급해왔다. LG CNS 관계자는 “연차별 단가 책정 방식이 국내 IT산업의 발전을 막고 실력 있는 기술 전문가의 처우는 떨어뜨린다는 지적에 따라 과감하게 관련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경영진이 직접 직원 설득

LG CNS의 인사혁신은 2015년 김영섭 사장 취임 이후 시작됐다. 김 사장 등 경영진은 디지털 혁신이 강조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업이 성장할 유일한 자산은 기술이라고 판단했다. 새로운 제도 도입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시험에 대한 직원들의 반발이 컸다.

경영진은 직원들을 직접 설득했다. 분기별 정례모임, 사보, 사내 게시판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술 중심의 회사로 변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파했다. 전국 직원 대상으로 공청회를 30회 이상 열었다. 사원 대표로 구성된 노경협의회, 젊은 직원들로 구성된 미래구상위원회의 의견을 수렴하고 협의하면서 이 제도를 도입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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