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3社, 소비자 편의성 높여
2022년 시장 규모 10兆 예상
[ 홍윤정 기자 ]
‘음성 비서’ 역할을 하던 인공지능(AI) 스피커가 진화하고 있다. 기존의 ‘음성’ 기능에 화면(디스플레이)을 부착해 ‘시각’ 요소까지 더한 제품들이 나오고 있다. 음성 정보의 한계를 보완하고 영상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빠르게 성장하는 AI 스피커 시장에서 업체 간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속속 등장하는 ‘보는 AI 스피커’
세계 최초 디스플레이 일체형 AI 스피커는 2017년 아마존이 선보인 ‘에코쇼’다. 터치스크린이 장착돼 원하는 기능을 화면에서 선택할 수 있고 화면에서 정보를 확인할 수도 있다. 업계 최초로 AI 스피커 ‘에코’를 출시한 아마존은 디스플레이 일체형 AI 스피커에서도 가장 앞서 나갔다. 이후 구글의 ‘구글 홈’, 페이스북의 ‘포털’ 등이 나왔다.
국내에서는 KT가 지난해 ‘기가지니 호텔’을 내놓은 게 시작이다. 호텔에서 룸서비스를 주문하거나 객실 안내 정보를 제공하는 등 호텔 특화 모델이었다. 시작 단계인 국내 디스플레이 AI 스피커 시장에서 모험을 하기보다는 안전한 B2B(기업 간 거래) 시장을 먼저 뚫겠다는 전략이었다.
호텔 이용자들의 반응이 좋자 KT는 지난달 가정용 제품인 ‘기가지니 테이블TV’를 선보였다. 디스플레이 화면과 셋톱박스를 결합한 형태다. 영상을 감상하거나 화면으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올레 tv’, 지니뮤직 등 KT의 부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날씨 확인과 스케줄 관리 등도 가능하다. 집안의 가전제품을 조작하는 사물인터넷(IoT) 기능도 활용할 수 있다. 화면을 터치해 조작하는 기능은 없다. 음성으로 명령어를 말하면 화면에 관련 정보가 나타난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화면이 달린 AI 스피커를 내놨다. SK텔레콤이 지난달 선보인 ‘누구 네모’는 음성뿐 아니라 화면 터치로 조작할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작년 레노버와 함께 화면이 있는 AI 스피커 ‘U+tv 프리’를 선보였다. 이달엔 3차원(3D) 어벤져스 캐릭터를 화면에 띄워놓을 수 있는 ‘U+AI 어벤져스’도 출시했다.
국내 포털과 가전 기업은 국내보다 규모가 큰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LG전자는 작년 구글과 손잡고 북미 시장에 ‘LG 엑스붐 AI 씽큐’를 내놨다.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인 라인도 지난 3월 일본에 디스플레이가 달린 ‘클로바 데스크’를 출시했다.
“AI 스피커는 미래 먹거리”
업체들이 AI 스피커 제품 경쟁에 나선 이유는 급성장하는 AI 스피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와 신제품 출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017년 25억2000만달러(약 2조9000억원)이던 글로벌 AI 스피커 시장 규모는 2022년 87억1000만달러(약 1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자율주행차나 IoT 등 미래 산업과의 연관성이 크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차, IoT 시스템을 작동하는 방식은 ‘음성’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음성 인터페이스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AI 스피커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가 탑재됨에 따라 AI 스피커 이용이 더욱 편리해졌다. 이용자들은 스마트폰 화면 터치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 데 익숙하다. 음성 명령만으로 정보를 탐색·습득하는 데 불편함을 느낀다. 김채희 KT AI 사업단장(상무)은 “음성 정보와 함께 시각 정보를 활용해 서로 보완이 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콘텐츠 경쟁력 확보에서도 디스플레이형 AI 스피커가 더 유리하다. 예컨대 LG유플러스의 U+tv 프리와 KT의 기가지니 테이블TV를 통해 각 사의 인터넷TV(IPTV)를 볼 수 있다. SK텔레콤 역시 IPTV 서비스를 자사 AI 스피커와 연결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통신사들은 특히 키즈 콘텐츠와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은 누구 네모에 자사의 어린이용 콘텐츠 ‘옥수수 키즈 VoD’를 무료로 제공한다. KT도 기가지니 테이블TV에서 장면 선택에 따라 결말이 달라지는 ‘핑크퐁 이야기극장’, 이용자의 목소리로 동화를 읽어주는 ‘내 목소리 동화’ 같은 어린이 전용 콘텐츠를 선보였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용자 조사 결과 어린이용 콘텐츠의 성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