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윤 기자 ] 대학들의 재정난이 심해지고 있지만 대다수 국민은 ‘반값 등록금’ 정책 폐지에 부정적인 편이다. 당장 자신들의 경제적 부담이 느는 것도 있지만 틈만 나면 불거지는 사학비리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사학재단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증폭된 결정적인 사건은 서남대 설립자 이홍하 씨의 비리 사례다. 서남대를 비롯해 총 9개의 사학을 운영하던 이씨는 산하 대학의 교비회계에 사용되는 통장과 대학 총장의 직인을 넘겨받고, 이사회 회의록을 조작하는 등의 수법으로 수차례에 걸쳐 총 1000억원에 가까운 교비를 횡령한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이다.
국내 사학들의 비리는 일부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10년(2008~2017년)간 교육부의 감사가 이뤄진 사립대학 중 학교 재산 또는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고발되거나 수사 의뢰된 건은 감사 대상 대학의 21%인 80건이었다. 회계 전문가들은 대학의 부실한 내외부 통제가 이 같은 사학비리를 부추기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교육부는 사립대의 투명한 운영을 위해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사립학교법에 마련해 두고 있다.
하지만 제도적 허점이 많아 일반 기업과 비교하면 회계 투명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회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가령 학교법인 이사·감사 그리고 학교장에는 이사장의 친인척 근무를 제한하고 있지만 학교법인 사무국 직원, 대학 교직원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약이 없다. 대학의 내부감사 역시 학교 설립자 등에게 충성했던 사람들로 채워지는 게 다반사여서 실질적인 내부 통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올해 초 공개한 ‘사립대 회계부정 예방을 위한 회계감사제도 개선방안’에서 학교법인의 내부감사를 감사위원회로 전환하고, 내부감사 중 한 명은 교육부에서 지명할 것을 제안했다. 또 외부감사 내실화를 위해 ‘외부감사인 주기적 지정제’를 도입할 것을 권고했다. 학교법인이 3년 연속 외부감사인을 선택하면 그다음 2년은 교육부에서 외부감사인을 지정하자는 것이 골자다. 한국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등록금 인상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형성되려면 대학들의 회계 투명성부터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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