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수사지휘권 강화 등 추진
검찰 반발에 '달래기' 나선 듯
[ 안대규 기자 ] 박상기 법무부 장관(사진)이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강화하고 경찰의 1차 수사종결권 통제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반발이 거세지자 기존 입장을 바꿔 대폭 양보하기로 한 것이다. 법조계에선 그동안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보조를 맞추면서 검찰 개혁에 앞장서온 박 장관이 검찰 측 요구를 수용한 방안을 제안함에 따라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정부 여당의 입장 자체가 바뀐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3일 검찰에 따르면 박 장관은 이날 오후 6시 전국 검사장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 확대 △검찰의 보완수사 권한 강화 △경찰 1차 수사 종결 사건에 대한 검찰 재수사 강화 △피의자 신문조서 증거능력 제한의 원점 재검토 등을 추진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의 반발에 대해 “겸허할 것”을 강조한 박 장관이 검찰의 조직적 반발에 우려를 표명하는 청와대 입장을 받아들여 입장을 대폭 수정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 장관은 먼저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에 대해선 기존 패스트트랙 법안과 동일하게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범죄 등 5개 분야로 제한하되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다른 범죄에 대해서도 모두 검사가 직접 수사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또 검찰이 ‘정당한 이유’가 있을 때만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토록 한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해선 ‘정당한 이유’ 부분을 빼고 ‘지체없이 이행토록 한다’는 문구를 넣기로 했다. 경찰이 ‘정당한 이유’를 대면 사실상 모든 수사에서 검사의 수사지휘를 무력화시킬 수 있었던 핵심 조항을 빼기로 한 것이다. 박 장관은 또 “경찰이 송치하지 않고 종결한 사건에 대해 검사가 재수사를 요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당 사건을 송치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이 제시한 방안은 작년 6월 청와대, 행정안전부, 경찰 등과 합의한 기존 정부안에 비해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가 확대됐고, 수사지휘권한도 강화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박 장관의 제안은 청와대와 조율해서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며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한 부작용 우려가 나오면서 법안 수정 필요성이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패스트트랙안은 확정된 안이 아니라 수사권 조정의 초안”이라며 “6개월가량의 수정 보완 과정이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