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순 디지털전략부 기자) 인터넷 이후 '뉴스의 시대'가 펼쳐졌습니다. 많은 뉴스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범람'을 경험했습니다. 그 뉴스들로부터 피해를 입거나 걷잡을 수 없는 선정주의처럼 뉴스가 '폭력'이 되는 시대도 지나왔습니다. 또한 숱한 가짜뉴스들, 표현의 자유를 누리는 1인 미디어들 틈바구니에서 뉴스에 질식되는 독자들-뉴스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억압'의 환경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참으로 파란만장한 뉴스의 시대입니다. 혼란과 고요, 절망과 희망의 간극에서 뉴스를 구명하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제대로 뉴스를 볼 수 있는 비평적인 활동을 의미하는 뉴스 리터러시-미디어 리터러시를 대안으로 찾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여기에 개인에게 최적화한 정보를 제시하는, 필터링된 선별된 뉴스의 오아시스도 이따금 만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치료'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뉴스 서비스까지 나왔습니다.
미국의 인공지능(AI) 스트타업인 스튜디오 올 터틀즈(All Turtles)가 내놓은 유료 뉴스앱 '시프트(Sift)'인데요. 이민, 기후변화 등 논쟁적인 이슈를 심도있게 살펴볼 수 있도록 배경과 맥락을 제시하는 것이 다른 뉴스 앱과 차별화 포인트입니다. 6개월에 19.99달러의 유료 앱입니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퓨 리서치(Pew Research)에 따르면 미국인 10명 중 7명이 뉴스 피로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매일 엄청난 뉴스가 실시간으로 쏟아지고 있으니까요. 시프트 앱은 주요 뉴스를 골라서 이용자가 깊이 사유할 수 있도록 돕는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이 앱은 양과 속도를 버린 겁니다.
그리고 '치유(care)' 개념을 접목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오늘날 뉴스 시장을 '과잉' '포화' 상태라고도 하고 '성숙 시장'이라고도 합니다. 그만큼 더 나아질 것도 없는 환경인데요.
시프트 앱은 이 시장의 뉴스 이용자들이 스트레스를 덜 받도록 하고 정신 건강을 이롭게 하겠다, 자기 계발에 필수적인 것만 제공하겠다는 관점을 도입했습니다.
이를 위해 풍부한 배경 자료를 제공합니다. 특정한 뉴스 주제에 문제의 배경과 역사(맥락)을 짚어주는 건데요. 데이터 시각화, 대화형 창 등 독자가 더 많은 사실을 알 수 있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모든 자료에는 출처 링크를 적용한 것도 이채롭습니다.
특히 이 모든 과정을 사람이 수작업으로 큐레이션합니다. 인공지능 업체면서도 핵심 콘텐츠 생산을 인간에 맡긴 겁니다. 자체 이용자 조사를 해보니 "알고리즘은 뉴스 소비의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결과를 얻었다는군요.
포털리즘, 황색언론, 위선과 권위, 따옴표 보도•경마중계식 보도•기계적 중립보도로 지친 한국 뉴스시장에는 어떤 시사점이 있을까요? 가짜뉴스가 질주하는 뉴스 시장에서 '진짜뉴스'를 발견하고 세상을 밝게 하는 창의적인 뉴스 서비스들이 한국에도 더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끝) / soon6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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