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은행권은 기업대출에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올해도 호실적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4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7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0조6000억원)보다 13조6000억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4월에는 올 들어 가장 큰 규모인 5조1000억원 늘었지만 이는 전년 동월(7조3000억원 증가)보다는 2조2000억원 줄어든 수치다.
김도하 SK증권 연구원은 "올 들어 4월까지 예금은행 대출잔액이 전년 동기 대비 1.9% 늘었는데 이는 (1~4월 기준) 2013년 이후 최저치"라며 "2013년은 연간 4%대의 낮은 대출증가율을 기록한 해로, 올해도 은행권 전체 대출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가계대출 성장 둔화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기업대출 영업에 나서면서 올해 양호한 수익성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했다.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된 가운데 금융당국이 2020년부터 은행 예대율(예금액 대비 대출액 비율) 산정 시 기업대출의 가중치는 15% 낮추는 내용의 예대율 규제를 도입하는 만큼 각 은행은 기업 대출에 힘쓰고 있다. 이에 4월 개인사업자를 포함한 중소기업 대출은 5조원 늘어 잔액이 686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증가 규모는 지난해 9월(5조4000억원) 이후 최대치였다.
김 연구원은 "시중은행의 대출공급이 집중될 전망인 법인 중소기업 대출이 올 4월 전년 동월 대비 4.7% 증가해 완만한 증가율 상승세가 감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승창 KB증권 연구원은 "4월에도 증가율 둔화 기조가 이어졌지만 이는 예상된 수준"이라며 "올해 가계대출보다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대출이 전체 대출 증가를 견인해 연간 대출증가율이 4%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중소기업 대출은 현재 대손위험이 낮고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아 은행의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올해 1분기 은행권은 10조원 넘는 이자이익을 거둬 선전하고 있다. 순이자마진(NIM)이 예대금리차 축소 여파로 지난해 1분기보다 하락했지만 이자이익은 4.4% 늘어난 10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10조원)부터 4분기 연속 10조원대를 유지했다. 대출채권 등 운용자산이 증가하면서 이자수익자산이 늘어난 결과다. 시장 금리 하락에 따라 채권 매매·평가이익 등 유가증권 관련 이익도 증가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1분기 금리 하락 영향으로 은행권의 주식, 채권 등 유가증권 평가이익이 크게 늘어났다"며 "주가연계증권(ELS) 판매 호조와 함께 펀드 수수료, 신탁 보수 등 자산관리 수익도 양호한 추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높지만 중기 대출 성장과 함께 은행들이 호실적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우려와 달리 올해도 은행들은 5% 내외의 대출 성장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며 "NIM 하락 압력 증대와 대손비용 정상화에 따른 비용 상승 요인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안정적 이익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라고 진단했다
유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한 정기예금 금리가 하락하면서 향후 은행의 올해 수익성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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