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단이 지난 10~1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한국 초연한 로시니의 ‘윌리엄 텔’(원제 ‘기욤 텔’)이 큰 환호 속에 막을 내렸다. 여기엔 우리나라 성악가와 합창단, 오케스트라를 중심으로 그 어렵다는 이 오페라를 잘 마무리했다는 자부심도 작용했을 것이다. 한편으론 ‘텔의 사과’로 유명한 스위스의 독립운동 이야기가 일제에 항거한 우리 근대 역사를 연상시켰기 때문이리라. 공연 후 대다수 관객은 애국적 카타르시스로 잔뜩 고양돼 있었다.
사실 ‘윌리엄 텔’은 타민족을 지배한 제국주의 역사를 갖고 있는 서유럽 대국에서 환영받을 작품이 아니다. 피지배의 아픔을 기억하는 지역에서 훨씬 큰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다. 로시니 절정기의 음악은 압제에 맞선 저항을 엄청난 에너지와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다.
비록 초연은 늦었지만 ‘윌리엄 텔’은 앞으로 대한민국 독립을 상징하는 오페라로 자주 공연돼 마땅하다. 다만 일부 삭제에도 불구하고 휴식을 포함해 네 시간에 가까운 대작이란 문제를 어떻게 완화할지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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