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헌형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민생·투쟁 대장정’이 14일로 8일째를 맞았다. 약 3주 일정으로 전국을 도는 이번 민생 투어는 ‘정치 신인’인 황 대표가 관료 이미지를 벗고 ‘대중 정치인’ 반열에 오르기 위한 시험대란 점에서 정치권의 이목을 끌었다. 당 안팎에선 “당과 본인의 대중 지지도를 한층 끌어올렸다”는 평가와 “전통 지지층 결집에 치중한 나머지 당 외연 확장성에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엇갈린다.
황 대표는 이날 충북 제천의 한 고추농가를 찾아 고추 지주대 설치를 한 시간 가까이 도왔다. 밀짚모자와 장화, 토시를 착용한 그는 일하는 도중 농가 주인에게 “힘드네요. 매일 일하는 분들은 얼마나 힘드시겠어요”라고 말하며 코를 훌쩍이기도 했다. 일손돕기 활동 뒤 이어진 마을 주민과의 간담회에선 “농촌은 우리 국민에게 생명이고 뿌리”라며 “농촌이 살아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하겠다”고 했다.
당내에선 황 대표가 취임 초기와 달리 시민과의 ‘스킨십’이 자연스러워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황 대표는 취임 직후인 지난 3월 초 서울 남대문시장을 방문했을 때만 해도 상인들에게 “경제가 어려워 힘드시죠” 같은 준비된 말만 반복했다. 하지만 이번 민생 투어에선 시민들에게 농담을 던져 가며 대화를 이어가는가 하면, 틈틈이 시민들의 말을 수첩에 메모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국당 관계자는 “‘검사, 관료 출신이어서 딱딱하다’는 세간의 이미지를 탈피하는 데는 성공한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센 발언’을 쏟아 내며 대여(對與) 공세에 집중하다 보니 중도층의 반감을 사게 됐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지난 7일 부산의 한 아파트 부녀회 간담회에서 “좌파는 돈을 벌어본 적이 없다. 임종석(전 대통령 비서실장) 씨가 무슨 돈을 벌어 본 사람이냐”고 한 발언이 대표적이다. 이를 두고 홍준표 전 대표는 “자랑스러울 것 없는 5공 공안검사의 시각은 털어버리고 새로운 야당 지도자상을 세우라”고 쓴소리를 날렸다. 나경원 원내대표의 ‘달창’ 발언 논란과 관련해선 “저도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막말을 많이 들었다”고 말해 대표로서 책임감이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는 비판도 나왔다. ‘달창’은 문재인 대통령의 팬클럽인 ‘달빛기사단’을 성매매 여성에 빗대 폄훼하는 표현이다.
황 대표는 17일까지 대전, 충청 지역을 돈 뒤 18일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을 위해 광주광역시를 방문한다. 지난 3일 광주를 찾았다가 시민단체 회원들에게 물세례와 거센 항의를 받은 지 보름 만의 재방문이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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