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맨큐의 '마지막 강의'

입력 2019-05-14 17:52  

고두현 논설위원


[ 고두현 기자 ] “이 강의를 듣는 학생들만으로도 학교를 하나 세울 수 있겠다.” 《맨큐의 경제학》으로 유명한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가 첫 강의 때마다 던지는 농담이다. 그가 강의하는 샌더스홀은 하버드대에서 가장 넓은 공간으로 매년 500~800명의 수강생이 몰려든다. 이들 앞에서 그는 일상생활과 친숙한 이야기로 ‘경제학 원론’을 강의한다.

첫 학기에는 애덤 스미스의 시장경제론, 두 번째 학기에는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정부개입론을 위주로 가르친다. 한때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낸 경험도 들려준다. 어느 날은 “유류 소비를 줄이기 위해 유류세를 인상하는 것은 옳은 정책인가”라고 묻고는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는 저소득층에 미치는 영향이 적으므로 이들의 개인소득세를 줄여주면 된다”는 식의 해법을 찾는다.

통상정책과 관련해서는 무역 불균형 문제 등을 수업 주제로 올린다. 중국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미·중 무역 불균형의 원인은 미국의 수출 감소이지 중국의 수입 증가가 아니다”며 보호주의보다 자유무역론을 적극적으로 옹호한다. 지난해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 기조에 일침을 가했다.

그는 “애덤 스미스가 국가별로 ‘절대우위’ 제품을 생산하면 서로 이익이라고 했고, 데이비드 리카도는 ‘비교우위’ 제품만 생산해도 이득이라고 했듯이 자유무역이 모두에게 이롭다”고 강조했다. 그 성공 사례로 1850년대 일본, 1960년대 한국, 1990년대 베트남을 들었다.

그의 강의가 워낙 유명해서 이런저런 화제도 많았다. 2011년에는 수강생 일부가 “자본주의를 지나치게 옹호한다”며 수업을 거부하고 반(反)월가 시위에 참여했다. 이때 그는 “교육의 기회 균등과 이를 통한 신분 상승이 가능하다는 게 미국 사회와 자유시장 경제의 힘”이라며 “미국의 불평등도 세금이나 상위 1%의 부(富) 때문이 아니라 근본적인 경쟁력의 차이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노동시장과 관련해서는 “최저임금제가 시행되면 젊은 비숙련 노동자들의 실업률이 높아진다”고 자주 언급했다. 노동자뿐만 아니라 영세자영업자의 고통이 가중되고, 노동비용이 늘어 상품가격이 오르며, 감원에 따른 ‘가족경영’으로 전체 노동인력이 줄어든다고도 했다. 그의 지론은 지금 미국과 한국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그가 이달 말을 끝으로 ‘경제학 원론’ 강의를 그만둔다고 한다. 이 소식에 미국 언론들이 ‘조의(弔意) 사설’까지 게재하며 아쉬워하고 있다. 그의 마지막 강의에서는 또 어떤 경제학 명제가 나올지, 자유무역에 관한 명언이 새로 나올지 궁금하다.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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