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7천명 몰린 공덕SK리더스뷰…청약 자유 찾아 떠도는 '청약 유목민'

입력 2019-05-15 11:49   수정 2019-05-15 12:06

공덕SK리더스뷰, 계약취소 1가구 오늘 추첨
청량리·분당 무순위 청약…"마지막 줍줍 될라"




청약제도가 복잡해지면서 청약 자유를 찾아 떠도는 이른바 '청약 유목민'이 등장하고 있다. 까다로운 조건도 필요없고 손쉽게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해 접수가 가능해지면서다.

포털사이트 검색어까지 오르내렸던 '공덕 SK리더스뷰'도 마찬가지다. 15일 SK건설에 따르면 이 단지의 계약취소분 1가구에 몰린 인원만 4만6931명에 달했다. 전용 97㎡A형인 잔여 1가구의 분양가는 발코니 확장비 1300만원, 시스템 에어컨 676만원, 중문 134만원 등 확장 공사비를 포함해 총 8억8240만원이다. 잔여가구는 분양가로 공급하다보니 현재의 시세와 차이가 난다. 적어도 5억~6억원이 차이난다는 소식이 급속히 퍼지면서 엄청난 과열이 나타났다. 1가구 추첨은 이날 이뤄지고 당첨자에게는 개별로 통보될 예정이다.

과거에는 부동산 중개업소들을 중심으로 미분양이나 잔여가구를 노리는 경우가 많았다. 밤새 줄서기나 대리 줄서기 등을 통해 남은 아파트를 계약하게 되면, 여기에 웃돈(프리미엄)을 붙여 되팔아 차익을 남겼다. 지역 중개업소들이나 전국 단위의 중개업자들이 조직적으로 나서기도 해 지역 부동산 시장을 흐리는 주범으로 지적됐다. 정작 실수요자들은 낮은 당첨 확률에 평일에 이뤄지는 추첨일정을 감당하기는 어려웠다.

이제는 청약시스템이 자동화되면서 이러한 잔여가구 청약에 일반인의 참여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무순위 청약'이다. 일반 청약의 경우 동호수가 추첨인데 비해, 사후 무순위 청약 경우는 남아있는 가구의 동호수까지 나온다. 시공중인 단지의 경우 옵션 사항까지 공개된다. 조건들을 살펴보고 취향에 따라 맞게 청약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청약 자격조건이 거의 필요없다.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가능하고, 과열지구를 제외하고 지역 제한도 적은 편이다. 이를 달리 말하면 '부적격'의 우려없이 자유롭게 청약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일반적인 분양계약과는 다르게 잔여가구에 당첨되면 고액자금이 한꺼번에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가 미계약분 물량에 대해 과도하게 발생해 투자수요가 과도하게 몰리는 이른바 '줍줍(줍고 줍는다의 속어)'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대책을 내놨다. 예비당첨자 비율을 종전의 전체 공급물량의 80% 에서 500%까지 늘리는 내용이다. 오는 20일부터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는 단지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때문에 최근 진행되고 있는 무순위 청약은 '마지막 줍줍'이라는 인식에 청약자들이 더욱 몰리고 있다.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효성중공업㈜와 진흥기업㈜가 공급하고 있는 ‘청량리역 해링턴 플레이스’ 아파트는 잔여물량 29가구 모집에 6197명이 몰려 213.69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정부가 집계한 5배수, 다시 말해 5대 1의 경쟁률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이 단지는 오는 20일 당첨자를 발표하고 21일에 계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무순위 청약을 앞두고 있는 단지는 ㈜신영의 계열사인 ㈜대농이 공급하는 '분당 지웰 푸르지오'다. 총 166가구로 구성된 이 단지에서 남은 물량은 41가구다. 전용면적 84㎡ 2가구와 119㎡ 39가구다. 분당은 투기과열지구인데다 청약과열지역이다보니 청약조건이 까다롭다. 그러나 분당에는 1기 신도시다보니 지역 내에 노후 주택에 살고 있는 유주택들이 많은 편이다. 분양 관계자는 "새 아파트로 이사하고 싶지만, 청약 조건이 미충족인 실수요자들의 신청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울 중랑구 양원 공공분양으로 관심을 모았던 '신내역 금강펜테리움 센트럴파크'는 오는 20일 무순위 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일반 분양 490가구 중 38가구가 남았다. 전용 79㎡ 16가구와 84㎡ 22가구다. 공공분양이다보니 부적격 청약자들이 속출하면서 잔여가구가 다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시세차익으로 '로또'라는 인식에 공덕 SK리더스뷰에 수만명이 몰린 것과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씁쓸하다는 반응이다. 이 단지는 정부가 2017년 8·2부동산대책을 발표하고 서울에서 처음으로 분양한 단지였기 때문이다.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의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 및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각각 40%로 강화했다. 당시 개관했던 모델하우스에는 방문객이 눈에 띄게 줄기도 했지만, 청약에는 통장이 몰렸다. 1순위 청약 195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총 6739명이 청약해 평균 34.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정책 실패가 낳은 '로또'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덕 SK리더스뷰는 중도금 집단대출에서 40% 밖에 못받는 첫 아파트였고, 자금 부담으로 분양가가 '싸다'는 평가가 거의 없었다"면서 "이후 마포를 비롯해 서울의 집값이 폭등하면서 남은 1가구가 로또가 됐다"고 말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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