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준 대구시 경제국장
대구는 아직도 중소기업 위주의 경제 구조다. 그러나 대구가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섬유가 한국 산업을 주도하던 1970년대만 하더라도 제일모직, 코오롱, 쌍용 등의 대기업이 대구에 있었다. 대구의 중견기업인 갑을만 해도 1981년 1억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한국 수출이 100억불을 달성해 떠들썩했던 1977년 부근의 일이다. 그러나 섬유산업 퇴조와 더불어 기업들의 역외이전, 그리고 쌍용자동차와 삼성상용차의 부도는 대구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줬다.
2000년대 중반부터 대구시는 많은 고민 끝에 경제를 살리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먼저 인프라 조성이다. 대구는 산업용지가 없어 대기업들이 떠나갔던 뼈아픈 역사가 있다. 성서5차, 테크노폴리스, 구지 국가산업단지,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차례로 조성했다. 조성 당시에는 이 단지들이 분양될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분양은 대성공이었다. 테크노폴리스의 경우 초기에는 인기가 없었지만 진입도로가 개통된 이후엔 입주하기 위해 압력(?)이 행사될 정도였다.
대구를 포함한 지방은 연구개발(R&D) 인프라가 절대 부족하다. 2000년대 중반 당시 성장하고 있던 기계금속, 자동차산업을 위한 연구시설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국책사업으로 자동차주행시험장을 비롯해 로봇산업진흥원, 금형센터와 공구센터 등이 준공됐다. 자동차주행시험장(Proving Ground)은 개발된 부품의 신뢰성을 테스트하기 위한 필수시설이다. 용어조차 생소한 시기에 필자가 산업부에 갔을 당시 담당사무관으로부터 ‘자동차 기업도 없는 대구에 왜 이런 걸 추진하냐’는 핀잔을 받기도 했다. 현재 대구 자동차주행시험장에는 르노 아시아태평양 차량시험센터를 비롯해 넥센타이어 등 많은 기업이 입주해 있다. 지역의 많은 부품기업도 미래차 부품 개발을 위해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다. 사용수수료로 기관 운영비를 유지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공공연구기관이다.
대구의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은 한국의 로봇정책 전반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과연 될까?’ 하고 생각할 때 추진됐다. 대구시에는 현대로보틱스, 야스카와 등 많은 로봇 기업이 유치돼 비수도권 최고의 집적도를 자랑하고 있다. 그 외에도 금형센터는 뿌리 산업인 금형기업들에, 공구센터는 대구텍, 한국OSG 등 글로벌 공구기업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가 아무리 좋은 멍석을 깔아도 경기는 결국 선수들이 한다. 2000년대 중반 당시 경북대 등 일부 대학을 제외하고는 연구 분야에 선수가 없었다.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연구 분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대구시는 국책연구기관 설립에 집중했다. 그 결과 설립된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과 첨단의료복합단지의 신약개발센터, 의료기기개발센터, 실험동물센터는 지역을 넘어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연구기관이 됐다. 대구는 국가출연연구원 분원을 유치하는 전략도 썼다. 전자통신연구원, 생산기술연구원, 기계연구원, 한의학연구원, 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산업기술시험원 등의 분원이 만들어졌다.
자동차부품연구원과 같은 출연연급 연구기관도 운영되고 있다. 민간 기업 부문의 ‘선수’를 육성하기 위한 전략은 스타기업 육성사업을, 의료관광 분야에서는 ‘선도의료기관 육성’ 정책을 폈다.
대구시의 정책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을까?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10대 지역산업분야 국가 평균 성장률(2011~2016년) 2.6%보다 대구 지역의 성장률이 4.4%로 월등히 높았다. 특히 의료, ICT융합, 로봇 부분이 더 높았다. 대구시 정책의 성공에는 민간부분의 협력이 절대적이었다. 주행시험장 건설에 지역 자동차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간호사 의료기업과 연구기관 등 모든 의료인이 참여하는 ‘메디시티 협의회’는 대구만의 협력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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