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vs 시진핑, 마주 달리는 기관차? '强 대 强' 대결 승자는…

입력 2019-05-15 17:27   수정 2019-05-16 11:18

트럼프 "우리가 아주 유리"
셰일오일·高성장에 자신감
장기집권 기반 다진 시진핑
전쟁불사 강경노선 선회



[ 강동균/김현석 기자 ]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마주 보고 달리는 기관차와 같다. 서로 양보할 생각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아주, 아주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무역전쟁 승리를 장담하며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시 주석은 15일 아시아 47개국 및 국제기구 대표단 등 2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베이징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 문명 대화 대회’ 개막 기조연설을 통해 “다른 나라를 개조하려는 행위는 바보짓”이라며 미국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쟁을 지휘하는 두 초강대국(G2)의 최고지도자는 각자 승리를 점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셰일오일 덕에 에너지 패권을 쥐게 됐고 미 경제가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을 바탕으로 삼고 있다. 시 주석도 2030년까지 권력 기반을 공고히 다졌다는 배경이 있다. ‘강(强) 대 강’ 대치가 이어지는 이유다.

미국 힘의 원천은 전통적으로 군사력과 달러화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에 셰일오일까지 확보했다.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된 미국은 유일한 약점이던 에너지 수급 압박에서 벗어났다. 게다가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3.2%(전분기 대비 연율환산)를 기록했다. 선진국 중 가장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며 “미국이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무역협상 과정에서 정면대결보다 협상을 강조해오던 시 주석이 강경 태도로 돌아선 건 중국의 역대 어느 최고지도자보다 탄탄하게 구축한 지배체제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시 주석은 2012년 말 집권한 이후 강력한 부패 척결에 나서 정적들을 제거했다. 상하이방과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파, 태자당(혁명 원로그룹의 자제) 등 공산당 내 파벌도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3월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국가주석 2연임(10년) 이상 제한 규정을 없애는 헌법 개정을 통해 장기집권의 기반을 다졌다.

무역전쟁에 따른 중국 경제의 내상이 비교적 크지 않다는 판단도 입장 선회 배경으로 지목된다. 정부의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올 1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시장 예상치보다 높은 6.4%(전년 동기 대비)를 기록했다.

다만 지난달 생산·소비·투자 등 주요 경제지표가 일제히 악화한 것으로 나타난 것은 시 주석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4월 중국의 산업생산은 작년 같은 달보다 5.4% 증가하는 데 그쳐 전달(8.5%)을 크게 밑돌았다. 소매판매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7.2%로 2003년 5월(4.3%) 이후 16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무역전쟁 여파로 미국 농가의 반발이 크다는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

베이징=강동균/뉴욕=김현석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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