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맡기던 비임상 국내서 수행
[ 이지현 기자 ] 국내 첫 병원 중심 바이오헬스케어 클러스터인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가 국내 최대 규모 동물실험(비임상) 연구시설을 열었다. 중국 등 해외에 비임상 연구를 맡기던 국내 제약사들이 국내에서 관련 연구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전임상 연구시설인 지석영 의생명연구소를 준공했다고 15일 발표했다. 지하 3층~지상 1층 연면적 9900㎡ 규모의 지석영 의생명연구소는 바이오 의약품 연구개발을 위한 기초단계 비임상시험을 하는 곳이다. 공공의료기관에 처음 지어진 생물안전 3등급(BSL3) 동물실험실이다. 동물 연구시설은 1~4등급으로 나뉜다. 등급이 높아야 처리하기 어려운 병원체를 다룰 수 있다. 3등급 시설에서는 결핵,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독감 등 감염질환 연구를 할 수 있다.
이곳에는 쥐 등 설치류를 위한 공간 7500케이지, 토끼 등 중간 크기 동물 공간 230케이지, 개 돼지 등 큰 동물 공간 50케이지를 꾸렸다. 이들 동물을 사육하고 연구할 수 있다. 큰 동물 수술실 네 곳과 중환자실도 갖췄다. 자기공명영상(MRI), 양전자단층촬영(PET)은 물론 방사선동위원소를 촬영할 수 있는 동물용 영상실험구역도 따로 갖췄다. 병원 관계자는 “국내에 원숭이 등 유인원 연구자원이 부족해 제약회사들이 중국 등에서 연구하기도 했다”며 “해외로 나가던 연구 상당수를 국내에서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병원과 헬스케어혁신파크를 잇는 길이 190m, 폭 9m 규모 터널인 워킹갤러리도 개통했다. 그동안 병원과 헬스케어혁신파크 사이에 산이 있어 연구진이 두 곳을 다니려면 1㎞ 거리를 돌아가야 했다. 이런 불편이 줄어 병원 의료진과 헬스케어혁신파크 연구진 간 교류와 협력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병원 측은 기대했다. 전상훈 분당서울대병원장은 “국내 의료 바이오 기업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병원과 학계, 기업, 지방자치단체가 상생하는 연구문화가 자리 잡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헬스케어 분야에서 한국형 실리콘밸리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2016년 옛 LH(한국토지주택공사) 부지에 헬스케어혁신파크 문을 열었다. 지하 4층~지상 7층 7만9041㎡ 규모 클러스터에 30여 개 바이오제약 기업과 연구소가 입주해 있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은 이곳을 찾아 의료기기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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