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마케팅 활발한 통신사
[ 전설리 기자 ]
경기 고양시 일산에 사는 윤정호 씨(67)는 최근 휴대폰 요금제를 바꿨다. 휴대폰 매장에서 추천해준 요금제의 월 데이터 제공량 2기가바이트(GB)가 너무 적었기 때문이다. 매월 말 데이터 부족에 시달리다 결국 다른 요금제로 갈아탔다.
윤씨는 60대이지만 ‘모바일족’이다. 스마트폰으로 전화 문자 카톡만 하지 않는다. 모바일뱅킹을 하고, 홍삼 제품을 주문하는 등 모바일 쇼핑도 한다. 세 살짜리 손주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운영하는 앱(응용프로그램)을 깔아놓고 공지사항과 사진 등도 확인한다. 최근엔 세계 최대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서비스인 넷플릭스에 가입해 미드(미국 드라마)를 즐겨 보기 시작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50~70대는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로 꼽혔다. 이들 사이에선 전화 문자 기능만 있는 폴더폰(효도폰)이 유행하기도 했다. 요즘은 다르다. 윤씨처럼 스마트폰을 능숙하게 다루는 이른바 ‘액티브 시니어’가 늘고 있다. 50~70대가 스마트폰 데이터의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르자 통신사들은 관련 상품과 서비스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경제적 여유 있는 5070 소비 ‘큰손’
1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50~70대의 데이터 이용량 증가 속도가 10~40대의 이용량 증가 속도와 거의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50대 이상은 월평균 3.1GB의 데이터를 썼다. 3년 전인 2016년 1분기 데이터 이용량(1.5GB)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10~40대 월평균 데이터 이용량도 5GB에서 10.4GB로 두 배가량으로 증가했다.
70대를 제외한 50~60대의 데이터 이용량 증가 속도는 더 가팔랐다. 같은 기간 130% 안팎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고령층은 스마트폰 이용에 익숙하지 않아 데이터를 거의 쓰지 않을 것이란 통념을 깬 통계”라며 “액티브 시니어의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지금 한국의 50~60대는 흑백TV에서 컬러TV,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하는 정보기술(IT) 혁명을 이끌고 경험한 세대다. 새로운 디지털 기술 습득 능력이 높은 이유다.
이들은 모든 연령층 가운데 가장 많은 자산을 보유한 세대이기도 하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 외모·건강 관리, 문화활동 등 자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 액티브 시니어 소비시장이 약 125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5G 등 신기술 이용에도 큰 관심
액티브 시니어는 지난달 초 국내에서 상용화한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 등 새 정보통신기술(ICT)에도 관심이 많다. SK텔레콤 고객경험연구소가 지난 3월 60대 이상 가입자 49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서 잘 드러난다. 60~64세의 60%, 65~69세의 54%가 “5G 서비스를 이용하겠다”고 답했다.
같은 시기 60대 이상 가입자 6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온라인 동영상을 시청하는 가입자 비중은 60~64세에서 83%, 65~69세에서 76%에 달했다. 최근 세 달간 모바일 쇼핑 이용 경험을 묻는 질문에서도 60~64세의 62%, 65~69세의 35%가 “이용했다”고 답했다.
통신사들은 이런 트렌드를 반영해 액티브 시니어를 겨냥한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고, 마케팅 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올해 3월 ‘시니어 전용 상담센터’를 열었다. 지역별로 상담실 네 곳을 개설하고, 총 50여 명의 상담사를 배치했다. SK텔레콤 고객센터 관계자는 “새로 나온 5G 서비스에 대해 묻는 50대 중년 여성이 많다”고 전했다.
통신사가 운영하는 인터넷TV(IPTV)는 액티브 시니어용 콘텐츠를 잇따라 선보였다. SK브로드밴드의 Btv는 ‘실버 전용관’이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KT는 지난해 8월, LG유플러스는 지난달 각각 ‘룰루낭만’, ‘유플러스 브라보라이프’를 내놨다. 모두 50대 이상을 대상으로 건강 취미 여행 영화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미디어 서비스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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